◎개혁보다 조직안정 “무게중심”/서열위주 관행유지 “다독이기”/“체질개선” 여론수렴 미흡평도김두희 법무부장관과 김도언 검찰총장이 17일 검찰개혁의 첫 작품으로 내놓은 인사내용은 조직안정의 기조하에서 개혁의 색채를 가미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인적 청산의지 미흡
즉 고검장 및 검사장 승진에서 서열을 위주로 한 기존 인선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일단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봉합한다는데 역점을 두었다는 지적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과거 권력지향적 성향을 보여온 인사들에 대한 분명한 선이 그어지지 않아 인적청산을 통한 개혁의 의지가 가시화되지 못함으로써,인사를 통해 과감한 체질개선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재산공개 파문과 슬롯머신사건 수사의 여파,검찰총장 교체에 따른 검찰 간부들의 연쇄 사퇴 등으로 검사장급 이상이 11자리나 비어있었던 만큼 검찰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자연스런 물갈이가 예상돼 왔었다.
이같은 구도하에서 법무부 차관을 제외한 고검장급 7자리중 5자리를 사시 1회 출신 3명과 사시 2회 출신 2명이 차지하고 사시 8회 9명과 시사 9회 2명 등 두기수에 걸친 검사장 승진이 이루어짐으로써 조직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서울·대전고검장을 제외한 3개 일선 고검장과 12개 일선지검장 전원이 사시 1회에서 사시 7회로 채워져 명실상부한 검찰 사시시대가 개막된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같은 물갈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승진요인이 많았던데에 따른 연쇄적 현상일뿐 그 내용을 채우는데 있어 안정을 위주로 했다는 평이다.
법무부도 인사자료를 통해 『선·후배들의 서열이 엄격한 검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가급적 서열을 존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장에 당초 예상됐던 사시 8회 선두그룹의 재경지청장 5명과 부산 동부지청장외에 3명이 추가로 승진했다.
이는 『능력에 비해 소외됐던 인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김 법무장관의 언명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승진이 예상됐던 사시 9회 선두그룹의 서울지검 1·2·3차장중 신승남 3차장이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능력 최우선 기준
또 김태정 대검 중수부장과 최환 대검 공안부장을 유임한 것은 사정업무의 지속성을 염두에 둔 고려로 보인다.
이번 인사의 개혁성은 업무의 효율성을 감안,일부 보직과 일선 검사장 배치에 능력과 업무적임성을 인선의 최우선으로 기준한 점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TK(대구·경북) SK(서울·경기) PK(부산·경남) 범호남 등 출신인사중 누구 하나도 특별히 배려되거나 배제되지 않아 검찰인사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지역주의·학연주의를 탈피하려는 수뇌부의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검사장급 이상의 분포를 살펴볼 때 SK가 경기고 10명을 비롯 16명,PK가 7명,TK 6명,범호남 7명,충청 5명,강원 1명 등으로 SK의 약진이 두드러 보이지만 보직 등의 공정성을 기해 분파주의를 희석시킨 점 등은 평가할만하다.
이밖에 민청학련 사건을 담당,야당 의원 등으로부터 전력 시비에 오른 최명부 대구고검장을 대전고검장으로 「전보」시킨 것은 문책성의 의미도 갖고 있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다소 외부의 기대에는 못미칠지 모르나 사상 초유의 대규모 승진인사로 검찰조직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작정 사시횟수를 낮추어 조직을 젊게 하는 것만이 곧 개혁은 아니지 않느냐』는 뜻이 함축돼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새검찰 수뇌부가 새로운 진용을 이끌고 앞으로 계속될 사정수사 등에서 얼마나 외풍으로부터 「검찰권 독립」을 지키며 거듭난 검찰의 면모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내려질 것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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