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위기란 기회로 선용될 수도 있다고 말들을 한다. 그런 말들은 대체로 듣기 좋은 격려로 끝나기가 쉽지만,각오에 따라 뒤집지가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오늘날 검찰로 쏠리는 솔직한 국민적 시각은 그런 위기와 기회의식,미움과 걱정이 착잡하게 교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 검찰 내부 스스로의 느낌도 별로 다를바 없을 것이다.
검찰은 오늘날 직면한 자신의 위기부터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의 잘못들이 바로 잡혀져야 할 문민시대에 들어와서 오히려 검찰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인 검찰총장 임기제가 연거푸 무너졌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이율배반이 또 없다. 문민시대라면 과거와 달리 권력의 종속에서 차츰 벗어나야 할 검찰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개혁의 이름으로 종속을 더욱 강제당하는 것은 분명 검찰내부에도 큰 문제가 도사렸다는 증거인 것이다.
새시대에 들면서 내로라 하던 검찰 고위직들이 슬롯머신 추문이나 축재로 줄줄이 자리를 떠났다. 어찌보면 권력과 영화를 누려온 일부 다른분야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과거의 업보랄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가 사실은 문제였다. 심기일전해 새시대 사정의 중추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실추된 검찰 위상을 바로 잡고 검찰권의 독립기반을 공고히 할 귀중한 시간들을 여전한 눈치보기 버릇으로 허송한 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 자세라도 최소한 정립했다면 TK니 PK 소리가 왜 나왔겠으며,두 검찰총장이 이유야 어떻든 도중하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권력의 잦은 바람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준사법기관인 검찰은 법원보다 상대적으로 10여년씩 연령이 젊어지는 이변마저 낳아 검찰의 독립·권위·체면·신뢰가 두루 문제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검찰 총수직에 오른 김도언 신임 검찰총장의 책임은 더할 나위없이 무겁기만 하다. 스스로 강직한 수사통으로 검찰의 정도를 달려왔으면서도 지연·학연인사 및 검찰내 보유재산 1위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부담속에서 할 일은 태산과 같다. 개혁정권의 의지를 받들어 우선 사정중추로써 검찰의 능력을 제고시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또 땅에 떨어진 검찰 사기를 높이고 신뢰·권위를 되찾으면서 은연중 검찰의 독립성마저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위기를 진정한 기회로 승화시키는 것은 신임 총수이하 전국 검찰의 각오에 달렸다. 대폭인사로 분위기를 바꾼 검찰이 뼈를 깎는 자기 쇄신과 엄정자세로 신뢰를 회복할 때 국민들도 도울 것이다. 아울러 이런 중대한 고비에서 권력층은 지나친 간섭보다 검찰의 자생력을 오히려 북돋워주는게 도리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