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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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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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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백악관 뜰에서 이스라엘과 PLO 대표가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TV로 보기에도 퍽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누구인가. 기독교 역사가 생긴 이래의 철천지 원수요 앙숙이어서 불과 어제까지 전쟁과 테러 및 보복을 일삼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견원지간에도 화해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증되기에 이른 세상이다. ◆그날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피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다. 이제 상호존중·이해·선린의 새역사를 열자』고 했다. 아라파트 PLO 대표도 『고통과 고난의 장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의 화약고로,오랜 종교적 갈등에 휩쓸려온 중동에서 과연 슬픈역사의 장이 끝날 것인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다. 하지만 평화와 화해의 역사적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잠시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그같은 세계적 흐름과는 어쩐지 동떨어진 우리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같은 의약업에 종사하는 처지이면서 최근 더욱 싸움이 격화된 약사­한의사간 갈등을 보라. 집단간의 이해다툼과 명분 때문에 자충수와 자해를 불사하는가 하면 국민과 학생들마저 거리낌없이 볼모로 잡고 있는 인상이다. 그들의 휴업·폐업 및 집단유급과 같은 극한 투쟁사태로 국민의 건강권이 얼마나 더 「피와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인가. ◆우리에게도 백악관 뜰에 못지않은 잘 가꿔진 청와대 정원이 있다. 또 보사부가 있는 과천정부 종합청사의 뜰도 쓸만하다. 그런 정취있는 자리에서 한의사와 약사들이 이스라엘과 PLO 대표처럼 극적인 화해와 양보의 악수를 나눌 수는 없는가. 그리고 미국 대통령은 원수지간인 다른나라 대표들마저 불러 악수를 성사시키는데,우리 어른들은 그런 TV화면을 보면서 깨닫는 바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불이랬다」는게 속담에 깃든 우리 조상의 슬기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그 역사적 악수장면에서 교훈을 얻어주기를 우리 당국자와 당사자들에게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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