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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교육 실현 교사들이 앞장설때”(고교교육을 살리자:3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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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교육 실현 교사들이 앞장설때”(고교교육을 살리자:30·끝)

입력
199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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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목 연구모임등 계속 확대/학생을 자기계발 노력 유도해야불법과외 학군제 평준화정책 직업교육 사학재단 학사운영 특별활동 통일교육 학생자치활동….

그동안 29차례 연재된 고교교육현장 시리즈의 주제들이다. 이 주제들을 통해 들여다본 고교교육현장은 그릇된 사회풍토,입시위주 교육 등으로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도입,전인교육의 강화 등으로 뒤늦게나마 비뚤어진 고교교육을 바로잡으려는 교육당국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또한 교육의 핵심주체인 교사들도 연구모임 등을 통해 고교교육을 본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H여고 이모교사(31·여)는 얼마전 등이 파인 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교장으로부터 『옷차림이 왜 그 모양이냐』는 핀잔을 받았다. 목아랫부분이 약간 드러나긴 했지만 젊은 여성들의 일반적인 옷차림 기준으로 보면 분명 단정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교직생활 8년째인 이 교사는 교장의 질책을 듣고 교육계의 보수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교육계는 보수적이다. 판단력이 완전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변화나 새로운 풍조는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한 후 비로소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접하는 상대는 동료와 학생,일부 학부모들이 전부여서 사회와 직접 접촉할 기회도 드물다.

이 때문에 사회의 새 물결은 교육계에 가장 늦게 와닿는다. 신중한 몸가짐,단정한 옷차림,예의범절 강요와 권위주의 등은 교직사회를 특징짓는 것들이다.

그러나 교사들 사회에도 서서히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교장­교사 사이의 권위를 매개로 한 수직지휘관계는 이제 젊은 교사들에게 전처럼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학교운영의 전권은 교장에게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교사들의 참여폭이 넓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평교사모임을 조직,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 일방적 지시하달의 장이던 교무회의에서 때때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화된 현상은 아니지만 이같은 양상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따지기 좋아하는」 젊은 교사들 덕에 학교내 또는 공립학교간 교원인사에서도 교장이나 교육행정기관의 일방적 인사조치 등은 자취를 감추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행해진다. 서울시 교육청은 교장·교감 승진서열을 공개해 인사상의 잡음을 없애고 있다.

최근 몇년새 교직사회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공부하는 분위기다. 교사들의 전공과목에 대한 연구는 물론 학내·외에서 분야별로 보다 나은 교육방법을 찾는 모임이 활발하다.

80년대말부터 전교조 활동의 일환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연구모임은 전교조회원이 아닌 교사들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연구모임교사들은 대개 주 1회 등 정기적으로 만나 교육현장의 문제점이나 효과적인 교육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대학 선후배들과 수학교사연구회를 꾸려나가는 서울 C고 송모교사(33)는 『모임에 참여한 이후 공부도 하게 되고 동료들의 경험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력교사들의 대학원 진학은 근무평점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전부터 성행했지만 이제 교직경력이 짧은 교사들이 학구욕을 채우기 위해 진학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상당수의 교사들이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웬만한 고교에는 으레 1∼2명의 박사교사가 끼여 있다.

○재정지원 늘리길

입시위주 교육을 벗어난 교육 제자리찾기 운동은 대체로 이들 연구의욕이 왕성한 교사들에 의해 주도된다.

전교조 출범이후 교직에 만연해 있던 악습들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돈봉투가 공공연히 오가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부교재 선택과 관련한 금품수수나 학교차원에서 교복 앨범 등을 지정하고 받는 사례금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국민학교 교직사회가 여교사 중심으로 바뀐지 꽤 되지만 고교에서도 여교사의 비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92년 현재 고교의 여교사비율은 23.1%로 70년 9% 80년 17.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교장·교감·주임교사로 일하는 여교사도 흔히 눈에 띈다.

교직은 채용과 승진에서 남녀차별이 적어 여교사의 비율은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이다.

여교사 증가로 교무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이점이 있으나 술자리가 적어지고 교사간 유대가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권위와 전통,그리고 교육방법 등을 놓고 원로­소장교사 사이에 다소 갈등이 빚어지지만 교사에 대한 사회적 처우문제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교사에게 직업인이기 이전에 「스승」이길 요구한다. 그러나 교직경력 30년의 스승월급이 기업체입사 10년도 안된 제자보다 적다.

학부모들의 태도에도 아직 못마땅한 점이 많다. 면전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하지만 가정에서는 자녀들 앞에서 교사의 권위를 짓밟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요즘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면을 바꿔 거칠게 따지기도 한다.

교육계에 대한 빈약한 투자도 교사들의 한결같은 불만사항이다. 컴퓨터 등 최신장비의 지원은 항상 끝순위이며 최근 높아지는 연구분위기를 뒷받침할 학교내 연구공간마련 연구비 지원 등도 전무하다.

사회적 요구는 많지만 배려는 없다는게 교사들의 교육당국에 대한 불평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고교교사의 69%가 교직에 만족하고 있다. 이직의사를 묻는 질문에 「없다」가 65%였으며 「기회가 생기면 하겠다」는 대답은 13%였다.

교직에 대한 만족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가르친다」는 「스승」의 보람에서 시작된다.

교사들은 제자들이 인간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어느 직업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쁨이라고 입을 모은다.

○처우등 개선필요

65세 정년까지 신분히 보장되고 방학 등 활용할 시간이 많은 것도 교직의 매력이다. 지난 여름방학에 14박15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서울 S고 신모교사(33)는 『다른 직장이라면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자랑하며 자기계발시간이 많아 교직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교육개발원 조사에 의하면 최근들어 사범대의 합격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등 교직선호도도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희망자들의 선택동기는 「가정형편」 「성적」 등 소극적 이유에서 「깨끗한 직업」 「학생과의 생활이 좋다」 「시간여유가 많다」 등 적극적 동기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92년 현재 우리나라 고교교육을 짊어지고 나가는 교사의 수는 9만6천3백42명. 이들에게 「교직은 성직」임을 강조하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 교사들이 수용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말은 일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된 교직활동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와 응분의 처우가 뒤따르길 간절히 바란다.

◎30년간 교단외길 김귀식교사/“입시위주의 학교교육 탈피시급/상명하달식 행정체계도 개선을”(인터뷰)

『광복이후 40년이 넘게 줄곧 정상궤도를 이탈해온 고교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부터의 개선노력이 중요합니다』

59년 첫 발을 디딘후 30여년간 교단을 지켜온 김귀식교사(59·상계고·국어)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개혁의 물결이 교육현장에까지 파급돼야 하며,그 방향은 일제강점후 고질화된 교육현장의 각종 부정적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이를 위해선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교육자치제를 보다 발전시켜 교육감 직선이라는 제도변경 차원을 넘어 일선학교와 학급 등 현장교육 단위에까지 자치와 자율의 기풍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어느 집단보다도 강한 교육계 특유의 보수성과 사회일반의 학력만능주의가 결합,일선교육현장의 타율적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게 김 교사의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김 교사는 올해 처음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화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사는 『유신이래 정권유지 차원에서 급조된 새마을부,윤리부 등 일선학교의 행정편제는 통합교과식 학습에 적합한 과목별 교사연구단위로 개편돼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며 『교무실의 교사책상을 재배치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할 경우 토론문화가 활성화돼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사는 상명하달식의 획일적인 교육행정이 교육현장으로부터의 문제제기를 통한 개선노력을 막아왔다고 진단했다. 김 교사는 『예를 들면 보충수업을 하지 말자는 대다수 교사들의 생각은 정식의견으로 수용되지 못한채 묵살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김 교사는 관료적인 교육행정을 개선하기 위해선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할 수 있는 교사들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교조가 합법화돼 학교나 교육청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그는 바람직한 변화로 생각한다. 김 교사는 전교조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교사단체의 등장은 시대의 요청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만이 유일한 교사단체가 돼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김 교사는 주장했다.

전임 학교에서 전교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던 김 교사는 정년을 5년 남짓 남겨두고 있다. 김 교사는 『입시위주의 암기교육에 짓눌린 학생들이 잠재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데 교사로서의 남은 정열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이원락·김현수·장인철·여동은·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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