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조제 봉쇄되자 극한 자세/철회조건도 수용어려워 조기해결 난망대한약사회(회장 권경곤)가 국민여론의 지탄을 감수하면서까지 「22일부터 전국 약국 무기한 휴업」이라는 초강경수를 둔 것은 앞으로 한약조제가 원천봉쇄되는 20∼30대 청년약사들의 불만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약사회 집행부는 지금까지 약국총폐업을 유보한채 약사법 개정안의 수정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극한 투쟁을 자제해 왔으나 청년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15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실행위원회에서 집행부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밀어붙이자 어쩔수 없이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약사면허증 집단반납 등을 주도해온 청년약사들은 지난 9일에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약사회관에서 집행부의 온건노선에 반발,창유리를 깨는 등 격렬하게 항의소동을 벌였으며 13일 여의도 집회때는 「즉각폐업」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약사법 개정안에 따라 약사들은 이해관계면에서 기득권을 인정받은 20∼30%의 한약취급약사,한약을 조제판매할 의사가 없는 장년층 이상의 약사,앞으로 한약을 취급할 생각이 있으나 법적으로 금지된 청년층 중심의 약사 등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당연히 강경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청년약사들이 「한약조제권 수호」라는 명분으로 주도권을 잡게 됐고 한약취급약사와 나머지 약사 등 소극적 다수가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약사회는 무기한 휴업을 결의하면서 약사법 개정안에 한방의약 분업의 실시시기 명기와 한약취급약사의 자격제한 규정철폐 등을 수용해주면 휴업을 철회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보사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약국휴업 사태가 또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약사법 개정안이 정부안으로 확정된데다 한방의약 분업실시 시기 명기 등은 한의사들의 즉각 반발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사부가 이 안을 수정할 여지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회가 휴업일자를 못박아 제동장치를 스스로 철거해 버림으로써 한·약분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약사들이 무기한 휴업할 경우 국민여론은 불편호소를 넘어 분노로 표출될 전망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약사들이 국민들의 비난여론은 개의치 않을 정도로 격앙돼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질 경우 기본의약품 자유판매제도(OTC제도) 도입 등으로 현 약국구조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보사부는 지금까지 OTC제도 도입을 외면해 왔으나 약국휴업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 기존입장을 고수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보건전문가는 OTC제도 실시와 의약품 표준소매가제도 등의 철폐로 경쟁력있는 약국만 살아남고 상당수 약국이 자연도태되면 96년부터 실시될 의약분업에 장애요소가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병·의원과 약국의 비율이 3대 1이나 우리나라는 약국이 오히려 많은 실정이다. 이같은 약국구조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도 지금까지 지역사회 건강상담자로서의 약사위상이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가리는 「의약품상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기한 약국휴업 결의는 약사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오랫동안 남을 전망이다.<강진순기자>강진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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