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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청되는 「연방」(이그나텐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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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청되는 「연방」(이그나텐코칼럼)

입력
199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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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계에서 「연방」이란 단어가 사라진지는 꽤 오래됐다. 독립국가연합(CIS)의 지도자들은 「혐오스러운 과거」를 언급하는 정치연설에서조차도 「연방」이라는 말을 극히 자제해왔다.그러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최근 『우리는 연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카자흐 벨로루시 아르메니아 타지크 우즈베크 등 CIS 6개국이 새로운 「루블권」 창설에 합의한 자리에서였다. 이 말은 곧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일부 구 소련공화국들을 결집시킬 「경제연방」 창설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구 소련공화국들은 그동안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의 연방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데 철저히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 공화국내에서 통합지향적 기운이 확산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구 소련공화국들의 경제난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 소련공화국들은 경제적으로 서로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IS 출범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지배를 받는 「중앙집권」체제를 강력히 반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국민총생산(GNP)이 연간 20%까지 감소하는 등 CIS내 어느 공화국보다 심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크라프추크 대통령의 반대파와 일부 각료들은 그의 러시아정부에 대한 굴복을 비난하며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자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할 그 어떤 방안도 전혀 강구하고 있지 않음이 확실하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관과 외국 원조도 우크라이나의 극심한 경제상황을 비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치가들은 과거처럼 또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모스크바에서 찾고 있다.

또 다른 실례로 CIS 옵서버자격을 강구하고 있는 그루지야를 들 수 있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국가평의회 의장(국가수반)은 최근 러시아와의 협상을 언급하며 『국민들은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에 따른 자유와 통합의 보장없이는 생존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단절된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회복할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대행인 게이다르 알리예프는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은 바로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은 현재 CIS에 속해 있지 않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빠른 시일내에 아제르바이잔의 CIS 회원국 자격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과 CIS 가입은 아제르바이잔의 국제적 위치와 독립성 보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모스크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와 보조를 함께 해온 몰도바도 최근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 몰도바는 비록 러시아에 대한 전통적인 수출이 독립전보다 2.5배 증가했을지라도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권에서 탈피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누슬란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도 현재 중국 국경에 더 가까운 수도 알마아타를 러시아측에 훨씬 가까운 첼리노그라드로 옮길 것을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같은 계획을 국내 및 인종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략 및 지정학적 차원에서도 무게중심을 이전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발트 3국과 함께 러시아의 중앙집권주의에 반대해온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의 화폐개혁으로 폐기된 93년 이전의 루블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루블화의 대량 유입은 아제르바이잔과의 5년 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경제균형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새로운 루블권의 창설과 CIS간 경제연맹 조약체결이 구 소련공화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가 경제통합의 핵이 된다면 모스크바정부는 시장경제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 러시아에 만연하고 있는 혼란이 구 소련 전역으로 번져갈 수 있다.

또한 CIS내 공화국들,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구 소련 동맹체내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석유와 루블화를 도구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왔다. 러시아가 경제적 침체상태에서 이웃 공화국들에 대한 경제적 공헌을 보류한채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만 추구한다면 통합지향의 기운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국민과 외국 감시자들은 옐친 대통령이 그의 적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에 진력을 내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현 헌법을 폐기할 결단을 이끌어낼 수 없으며 새로운 연방법에 대한 토대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옐친 대통령이 주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옐친은 현재 매우 어렵고 많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옐친이 이들 문제중 그 어느 것이라도 섣불리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러시아 정국은 더욱 폭발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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