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저녁 일정에도 없이 청와대를 방문,김영삼대통령에게 「휘경원원소도감의궤상」이라는 고서 한권을 건네줬다. 이 고서는 조선조 왕족의 묘역조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기록한 우리의 책이었으나 1백27년전 프랑스 군함이 강화도를 침범,약탈해간 것이었다.미테랑 대통령이 자국내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고서를 우리에게 돌려준 것은 일단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이 한권이 앞으로 돌려주기로 한 나머지 2백96권을 담보하는 상징적 시작이라는 프랑스측의 「호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고속철도사업을 그쪽과 함께 하길 잘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한권의 책을 받아든 우리 국민들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찜찜한 의문들」을 피할 길이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우선 두권을 건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왜 한권만 달랑 들고 왔는가. 2백97권에 대한 상징이라고 하면서 다른 도서들과 달리 유일본이 아닌 그런 책을 굳이 갖고 왔는가. 모든 국민에게 이름이 익은 왕오천축국전 같은 우리의 「보물」은 커녕 나머지 2백96권을 과연 받게 될 것인가. 더구나 프랑스는 물론 왜 우리 정부도 「두권이 아닌 한권」의 사연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가.
적지않은 국민들이 이번 일을 보면서 얼마전에 있었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KAL기 블랙박스 사건을 연상하고 있는 것 같다. 미테랑 대통령이나 옐친 대통령이 자신들의 국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TGV 선정과 30억달러 차관이라는 우리 정부의 「선심」에 대해 우리 것인 고서적과 블랙박스를 돌려받는 두가지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물론 프랑스정부도 이같은 의문들에 대해 뚜렷이 답변해야 할 것이다. 답변 자체는 양국 정부의 몫이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권리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양국은 그동안 서로를 몰랐다. 이번을 계기로 서로 알게 되고 그 앎이 애정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앎이 애정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긴요한 것은 기대와 신뢰가 꾸준히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점을 프랑스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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