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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소장도서 낮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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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소장도서 낮잠자고 있다

입력
199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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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인력부족… 기초자료 파악조사 덜 끝나/「고문서 보고」 무색… 불 문헌반환땐 더 심각프랑스의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을 계기로 규장각 소장도서들에 대한 연구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보존방법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학 관련 고문헌들의 보고인 서울대 규장각은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기초적인 자료파악조차 완결돼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규장각이 보유한 한국학 관계자료는 본래의 규장각 도서 13만책,고도서 2만5천여책,고문서 5만여건,책판(목판) 1만8천여장 등 모두 22만여점으로 국내 최대규모다. 이중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국보 5종 3천8백33책과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 등 보물 8종 28책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방대한 고문헌들에 대한 목록작성사업은 63년 시작,78년까지 「규장각 도서총목록」을 비롯한 문고본 도서 및 일반 고도서 목록 등 개별목록을 완료하고 81,82년에 「규장각 도서 종합목록」을 발간함으로써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표지가 없거나 저자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문헌들이 많아 연구자들의 자료확인에 필수적인 저자,제작연대,요약내용 등이 대부분 빠져 있다.

이의 보완을 위해 규장각측은 73년부터 「규장각도서 한국본 총목록」을 토대로 서지사항,저자,성립과정,내용,평가 등을 담은 도서해제 작업을 시작했으나 전문인력과 예산부족으로 현재까지 보유도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만3천종 8만여권 정도만이 파악된 실정이다.

규장각은 올해부터 10개년 계획으로 교육부로부터 매년 1억원씩 지원을 받아 나머지분의 해제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나 한영우관장은 『현재 확보된 국사,동양사,한국철학 등의 박사과정 이상 인원 30여명으로 20년 걸려야 작업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인쇄용 목판이나 고지도 등 자료의 보관에도 어려움이 많다. 규장각이 숙종때(1694년) 왕립도서관으로 문을 연 이후 일제시대와 해방후 격동기를 거치면서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특히 6천여점의 고서는 아직도 접혀진채로 보관돼 있어 열람을 할 경우 접혀진 부분이 파손될 우려가 커 일반열람이 금지돼 있다.

관계자들은 현재의 규장각 고문서 정리사업을 하루빨리 진척시키는데는 예산확보가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규장각이 도서관 부속기관에서 독립기관으로 분리되면서 예산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올해 예산 1억9천만원(인건비 제외)으로는 국보급 자료를 위한 보관함과 일반 서지의 보관대를 오동나무로 교체하는 비용과 일부 책자의 영인본 간행이 가능할 뿐이다.

서울대 김종운총장은 16일 외규장각 도서반환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서울대가 규장각에 반환도서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정부와 민간기업 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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