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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다시 “활기”/실명제후 마비상태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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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다시 “활기”/실명제후 마비상태서 탈출

입력
199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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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빠지고 10∼20억대 「작은손」 주류/금리 하락… 편법거래도 거의 사라져/어음할인 60% 수준 회복사채시장 되살아나고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와 함께 붕괴위기에까지 몰렸던 사채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실명제실시 직후 완전마비상태에 빠졌다가 한동안 「어음박치기」와 「사채꺾기」 등 편법거래로 겨우 연명하던 사채시장이 최근들어 다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종전의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채시장 관계자들은 15일 『이달들어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되는 어음 건수는 실명제실시 이전의 6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말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여전히 1천만원∼2천만원의 소액어음이 대부분이지만 5천만∼8천만원짜리 어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명제 실시직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등장했던 어음박치기(어음 물물교환) 사채꺾기 등 편법거래도 거의 사라졌다.

사채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실명제 실시 직후 월 2.5%(연 30%)까지 치솟았던 A급 어음(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금리는 최근 월 1.4%(연 16.8%)까지 하락,실명제 전의 수준(월 1.2∼1.25%)에 근접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곧 사채업자들의 자금조달이 비교적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사채시장 관계자들은 『50억원대 이상을 굴리는 큰손들은 대부분 사채시장을 빠져나갔지만 큰손보다 다수 더 많은 10억∼20억원대의 작은 손들이 남아 여전히 자금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분노출을 꺼리는 공직자 등으로부터 CD(양도성 예금증서)를 10∼20%깎인 가격으로 사들여 고리의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사채전주들은 자금출처를 소명할 수 있는 가까운 친인척이나 의탁할 곳 없는 노인 등의 이름을 빌려 예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들어 명동에서 신용도가 높은 A급 어음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결국 금리가 최고 월 2.7%(연 32.4%)에 이르는 B·C급 어음이라도 할인해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급 어음의 상당수가 상호신용금고 등 제도금융권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종전에 명동 사채시장에 나돌았던 2천5백여업체의 어음 가운데 A급 어음이 1천5백여개에 달했었다』며 『최근에는 A급 어음이 실명제실시 전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사채업자들의 위험부담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사채중개업자 H씨는 『이달초 혈액용기 제조회사인 중소기업 S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5천만원을 떼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채업도 앞으로는 신용도가 낮은 영세 중소업체들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축적하지 않으념 영업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사채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뭐라 말할 수 없다.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나는 10월이 지나야 실명제시대의 사채시장 모습이 정확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시장 관계자들중에는 『사채시장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이다. 제도금융권이 종전의 사채시장 기능을 하루 아침에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일본과 같이 「대금업」을 제도화해 사금융을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한순태 전 신한상호신용금고감사는 『사금융을 없앤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요가 있는한 공급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오히려 사금융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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