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서울방문으로 한국과 프랑스는 지금 최상의 밀월관계를 구가하고 있는 느낌이다. 프랑스의 국가원수로는 처음 한국을 찾은 미테랑 대통령은 김영삼대통령과의 청와대 정상회담을 비롯,대전세계박람회 참관,국회연설 등 주요일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함으로써 양국간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았다.돌이켜보면 냉전시대에 있어서 프랑스는 서유럽국가들중 맨처음 북한의 대표부 설치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로 한국과는 외교적으로 다소 소원한 느낌을 주는 나라였다. 당시는 또 권위주의시대라는 한국의 국내 정치사정 때문에 양국관계가 서먹서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국내적으로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호기를 맞은데다 때마침 고속전철이라는 호재까지 등장함으로써 양국관계는 급진전을 보게 된 것이다. 프랑스가 한국에 대해 호감을 사야겠다고 배려한 증거는 먼저 미테랑 대통령의 수행원 명단에서도 나타나 있다. 한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여배우 소피 마르소,한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크레송 전 총리,올림픽공원에 전시된 엄지손가락 모양의 대형조형물의 조각가 세자르,이청준 김승옥 박완서 이문열 등 한국작가의 소설을 번역 출판한 위베르 니센 등이 이번에 함께 방문한 것은 특별한 친숙감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특히 미테랑 대통령이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옛날에 뺏어간 고문서를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큰 성과로 꼽아야 할 것이다. 반환형식이 영구 임대라는 편법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의 관계증진과 확대에 따라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프랑스의 고속전철을 선택하고 프랑스가 국가원수의 방한과 고문서 반환 등으로 한국에 보답하는 구체적인 형식을 통해 양국관계는 이제 역사적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앞으로 한국인은 프랑스를,또 프랑스인은 한국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쌍무관계를 떠나서라도 양국은 각각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유럽공동체의 대표적인 구성원으로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믿음직한 동반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현재로서는 양국간의 외교적 현안이 없다지만 앞으로 이러한 동반자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양국은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이번 미테랑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프랑스는 고문서의 반환뿐 아니라 갖가지 첨단기술의 제공을 약속했기에 한국은 더욱 기대가 크다.
최고조에 이른 양국의 분위기를 실질적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양국이 서로 약속을 이행하는데 성심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프랑스 관계는 한차원 더 높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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