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서명하다 현기증… 초긴장/“반환 고문서 싸우다시피 뺏어왔다”에 폭소14일 하오 한불 정상회담은 미테랑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한때 일정 자체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해지는 등 양국 관계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부축받으며 30분 휴식
○…이날 청와대 본관 대정원에서 하오 4시부터 20분간 계속된 공식 환영행사에서 답사를 마친 미테랑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을 위해 본관 현관을 향하던중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심한 구토증세.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측 시종무관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본관 1층 현관 입구에 도착.
미테랑 대통령은 입구에 들어서자 허리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한 구토증세를 보였고 방명록 서명을 위해 의자에 앉은뒤에도 잠시 현기증을 느끼는 모습.
이런 가운데 김 대통령은 시종 걱정스런 표정으로 미테랑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이어 미테랑 대통령은 우리측 의전관계자로부터 서명용 만년필을 전해받아 방명록에 「프랑수아 미테랑」이라고 불어로 서명.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은 마침내 구토증을 참지못해 왼손으로 토사물을 받아 방명록 서명대앞 카펫에 버린뒤 시종무관으로부터 손수건을 받아 입가를 닦는 모습.
미테랑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뒤 시종무관의 부축을 받아 복도를 걸어가던중 제대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선채로 카펫 위에 구토.
미테랑 대통령의 구토증세가 멈추지 않자 프랑스측은 주치의를 황급히 찾아 일단 휴게실의 대기하도록 했고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측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아 휴게실 안으로 들어간뒤 30여분간 휴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손여사와 함께 대기실에서 미테랑 대통령의 구토증세가 진정될 때까지 대기했고,당초 정상회담에 앞서 예정된 기념촬영은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
○“한국에 오고 싶었다”
○…휴게실에서 나온 미테랑 대통령은 1층 인왕실에서 휴식을 취하던중 숙소인 롯데호텔에서 긴급히 가져온 옷을 갈아입고 하오 4시53분 인왕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회담장으로 이동.
미테랑 대통령은 환영식에서 입었던 짙은 회색양복을 연회식 양복으로 갈아입었으나 안색은 상당히 창백한 편.
김 대통령과 미테랑 대통령은 2층 접견실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며 가볍게 악수.
김 대통령은 미테랑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염두에 둔듯 『14시간동안이나 비행기를 타고 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은 전형적인 가을날씨로 하늘이 매우 높다』고 날씨를 화제 삼아 가볍게 대화를 시작.
미테랑 대통령은 『오랫동안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방문하게 됐다』고 말하고 『프랑스 국민들이 한국의 변화와 개혁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례.
김 대통령은 『6·25를 맞아 어려웠을 때 프랑스군이 참전해 도아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프랑스의 6·25 참전에 사의를 표명.
두 정상은 사진촬영이 끝난뒤 양측 배석자와 함께 공식회담에 돌입.
이날 미테랑 대통령이 본관 1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동안 프랑스측은 『냉방을 최대한 가동해 실내온도를 낮추었다가 서서히 정상으로 올려달라』고 주문하는 등 세심한 신경.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우리 온국민이 외규장각도서를 한국에서 보기를 희망한다』며 반환을 요청하자 미테랑 대통령은 이를 약속한뒤 결정과정의 어려움과 선례가 없다는 점을 길게 설명.
미테랑 대통령은 『과거 어떤 나라가 다른나라 물건을 평화적인 아닌 방법,즉 힘으로 옮겨간 역사가 있었고 그것이 또 가져간 나라의 유산이 되기도 했다』고 프랑스 입장을 은유적으로 설명.
미테랑 대통령은 『수년전 그리스측이 미로의 비너스 등 옛 유물들을 임대해달라고 하는데도 응하지 않았다』며 『비너스를 가져가면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다시 뺏어올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
미테랑 대통령이 또 『우리 도서관장이 대통령 명령인데도 책을 안내놓겠다고 해 그 책을 전정때 가져온 것처럼 나도 싸우다시피하여 뺏어왔다』고 말하자 또다시 폭소.
이날 정상회담은 단독 및 확대회담을 합해 1시간30분간 진행돼 미테랑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당초 예정된 1시간20분보다 단축되리라던 전망과는 달리 오히려 10분 연장된 셈.
○퍼스트 레이디들 환담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김 대통령 부인 손명순여사와 미테랑 대통령 부인 다니엘여사도 본관 층 접견실에서 30분간 환담했으나 미테랑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손여사가 두손으로 다니엘여사의 손을 잡으며 위로한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말하자 다니엘여사는 『감사하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여행은 괜찮았으나 기내식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사.
다니엘여사는 환담이 끝난뒤 비원을 둘러보며 정원내 각종 건축물 양식에 관심을 표시.
○순한국 음식 만찬 진행
○…김 대통령 내외가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미테랑 대통령 내외를 위해 베푼 국빈 만찬은 양국 관계자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30분동안 순 한국음식으로 진행.
양국 정상은 각각 현안에 대해 상대국이 물러설 수 없도록 못을 박는 일에 만찬사와 답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정상회담의 연장같은 분위기.
김 대통령은 만찬사 원고에는 없던 외규장각도서 반환 약속을 상세하게 설명.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어느 외국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으나 한국과의 특별한 우의를 고려해 외규장각도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하고 『내일 그중 2권이 도착한다』고 소개해 쐐기. 이날 환영행사 말미에 구토증세를 보였던 미테랑 대통령은 건강을 회복한듯 20분간에 걸쳐 정력적으로 만찬답사를 낭독. 미테랑 대통령은 테제베 선정과 관련,『한국과 프랑스는 육로수송에서 양국 협력의 첫 결실을 보았다』면서 『이 성과가 더욱 분명해질 때 양국관계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테제베의 본협상 체결을 당연한 일로 치부.
미테랑 대통령은 몇차례에 걸쳐 김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과 개혁에 경의를 표하고 김 대통령의 과업이 성공적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고 기원.<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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