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법관 정기인사때 모지방법원의 판사로 첫 임관한 한 판사는 13일 근무가 끝난후 서소문 대법원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사법연수원 동기생들을 만났다.이 자리에서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생으로 수료후 곧바로 개업한 변호사 2명과 연수원시절 서로의 포부를 머리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서로 술잔을 주고 받는 사이 좌중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김덕주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둘러싼 사법부내 재산공개 파문으로 모아졌다.
이들 3명은 현직 판사와 변호사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산공개 파문을 계기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듭 태어난다는 자기 반성과 실천적 노력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웃음과 노랫소리가 요란한 옆자리와는 달리 시종 굳어 있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사법사상 처음있는 재산공개 파문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부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비난여론이 계속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가장 가슴 아파한 부분은 재산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일부 법관들의 처신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들린다는 사실이었다.
비난여론의 표적이 된 당사자들이 자진해서 법관직을 물러나지 않을 경우,사법부는 문제가 된 법관들을 자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과 끝까지 결백을 내세우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또 한차례 심한 홍역을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사법부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거세게 일었을 때도 대다수 판사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묵묵히 재판에만 몰두했었다.
그러나 재산공개 파문이 대법원장의 사퇴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양심을 지키며 법관의 길을 걸어온 대다수 법관들의 신념과 소신에도 당혹과 동요의 조짐이 나타나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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