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공개사과·손해배상” 주장도/일부선 “불 정부서 최선 다한 결과”약탈되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묻혀있던 외교장각 고문서 3백40여책이 1백27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14일 하오 청와대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에서 김영삼대통령은 고문서 반환을 요청했고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고문서 반환이 확정됐다.
고문서 반환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양국의 계속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나 현재로선 「영구무상 임대」 방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무상임대」식 반환이란 고문서에 대한 프랑스의 법적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고문서의 소장권을 우리에게 주어 실질적인 반환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박물관과 국립도선관에 상당량의 외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재 반환시비를 경험해왔다. 이때마다 프랑스는 반환선례에 따른 연쇄적인 문화재 반출을 막기위해 「임대」방식을 고집해왔다.
국제법에 의하면 외국에 있는 자국문화재를 반환받는 방법은 대체로 반출경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영구무상임대」 방식에 의한 고문서 반환소식을 들은 학계의 표정은 그렇게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명백한 약탈에 의해 반출된 외규장각 고서가 손해배상은 커녕 임대방식으로 「반환」되는 것이 못마땅하고 「임대」방식을 통한 반환으로 고문서에 대한 프랑스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방법에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재식교수(서울대·법학)에 의하면 국제법적으로 강압성을 띠거나 약탈에 의한 경우는 소유권을 포함한 완벽한 반환과 함께 손해배상을 하거나 적어도 공개사과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정치적 타협이지 전혀 국제법리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국제법에 의한 외규장각 고문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중재재판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프랑스의 이번 결정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태진교수(서울대·국사학)와 함께 고문서 반환을 위해 2년여동안 애써온 백충현교수(서울대·법학)는 『이번 결정은 프랑스가 외교적 기지를 발휘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수세기전에 이루어진 국가행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데는 인색하다. 프랑스는 고문서 약탈은 이론적으로 불법임에 틀림없지만 1백여년전의 일을 지금의 기준으로만 판결하는 것도 무리』라는 현실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 『고문서 반환문제는 국제법과 외교차원이 절충이 동시에 진행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해 이번 결정에 나름대로 만족한다는 뜻을 비췄다.
외규장각 고문서는 프랑스 정부의 지정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실무적인 절차만 끝나면 곧 바로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정부는 프랑스와 고문서 반환을 위한 협정에 조인한후 이 협정에 따라 서지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수단을 현지에 파견해 고문서의 반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체육부는 돌아오는 이 고문서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인 귀국특별전시회에 전시한후 서울대 규장각에 세워놓고 있다.<서사봉기자>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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