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때 불화표출 가능성이만섭 국회의장과 민자당과의 사이가 별로 좋은 것 같지않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장이기에 앞서 여당 소속의원』이라는 종전까지의 도식적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는듯하다.
이 의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나는 재임기간중 절대로 날치기는 안하겠다』면서 『민자당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국회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있다. 또 민자당은 『국회의장도 민자당 소속의원』이라며 『의장이 혼자만 좋으려고 인기전술을 쓰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
지난 3월의 재산공개로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물러나면서 이 의장이 취임한 이래 이 의장과 민자당은 3∼4차례 눈에 보이지않는 격돌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다. 첫번째는 7월 임시국회의 첫날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있을 때였다. 당시 민주당측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황인성 국무총리에게 12·12사태에 대한 법적 견해를 물었고 이에 이 의장이 답변을 안하려는 황 총리를 다소 심하게 질책했다. 이때 김영구 민자당 총무가 의석에서 일어나 책상을 치며 이 의장이 관행에 어긋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다음날 민자당 고위당직자 회의까지 열어 공식적으로 「항의사절」을 이 의장에게 보냈으나 이 이장은 당측에서 「사과사절」을 보내는 것으로 여겼을만큼 양측의 입장차이는 달랐다.
또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가 13대 국회에서의 날치기통과 사건과 관련,국회에 현장검증을 나왔을때도 이 의장과 민자당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 의장은 나름대로 국회의 권위를 생각해 헌법재산소측과 절충해 본회의장에서의 검증은 하지않고 대신 녹음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으나 민자당에서 문제를 삼고나왔다.
바로 이틀뒤 율곡사업 등과 관련한 국정조사에서 별뜻이 없는 민자당을 끌어들여 이 의장이 여야총무회담을 주선,국정조사에 들어가게끔 산파역을 하고 나섰다. 여기까지는 민자당도 아무 말 못하고 따라왔다. 그러나 민자당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직대통령에 관한 조사문제와 관련,이 의장이 『필요할 경우 서면의 형식으로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당측을 크게 화나게 했다.
당에서는 명분이 이 의장쪽에 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고민은 도외시한채 야당편만 든다』는 불만어린 목소리가 알게모르게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의장도 할말이 많은 것 같다. 『민자당이 과거와 같은 국회운영을 고집하다가는 개혁을 떠맡아 갈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의석수의 우세만을 믿고 밀어붙이는 식의 국회운영에 국회의장까지 거들수는 없다는 얘기이다. 이 의장은 『역대로 국회의장은 여당의 종속물이었다는게 솔직한 평가』라면서 『모든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정말 제대로 한 국회의장이란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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