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국경문제등 자치걸림돌/자치안 「팔」 운신폭 제한우려/내부갈등·서방지원 곳곳변수13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양측의 자치안 조인은 중동평화를 들뜬 회담장의 의제에서 현실세계로 끌어왔다. 조인식을 계기로 중동분쟁의 끝이라는 선언적인 의미가 이제 현실에서 하나하나 구체화되어야 하는 당면과제로 바뀐 것이다.
이날 조인에서 드러났듯이 자치안은 중동의 화약고가 없어진다는 제3자들의 벅찬 기대를 충족시킬지는 모르지만 독립을 기다려온 당사자 팔레스타인에는 작은 디딤돌 정도로 비춰진다. 유대민족과의 투쟁을 끝낸 대신 독립을 항해 스스로와의 투쟁을 벌여야하는 힘겨운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역사의 시험대에 오른 팔레스타인 자치에 대한 전망은 당연히 엇갈린다. 현 시점에서는 산적한 과제들과 자치안 자체의 한계를 들며 비관하는 회의론이 우세해보인다.
우선 향후 팔레스타인의 운신의 폭을 결정할 자치안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함축하고 있다. 포괄적인 합의로 물꼬는 튼 셈이지만 자치의 틀을 온전히 마련키 위해서는 정리해야 할 가닥은 무수하다. 자치안에 의하면 예루살렘의 지위 등 미묘한 사안들이 자치실시 3년이후에나 확정될 예정이다. 양측이 모두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의 장래,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이 지역을 떠난 3백만여명의 난민귀환,양측이 맞설 수밖에 없는 국경문제,가자지구에 거주하는 3천3백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재정착문제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아보인다. 이들 난제들은 미결인채로 양측의 갈등을 재연할 수 있는 빌미로 남아있게 된다.
단일지역권으로 묶인 가자지구와 예리코의 연계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이스라엘을 사이에 두고 섬처럼 존재하는 두지역이 하나의 채널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자치는 절름발이를 면할 수 없다. 통치는 물론 경제·통신 등 자치권 운영의 전반이 압박받을 것이다.
이밖에 4개월이내 철수토록 된 이스라엘군의 철수규모와 철수후의 통제범위,그리고 적어도 기반마련전까지 경제재건의 향배를 좌우할 생활용수·전력 등 이스라엘 소유 사회간접자본의 지원문제 등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협상의 진전과 함께 PLO는 팔레스타인민족의 여론과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먼저 난민촌의 비밀결사 조직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하마스 등 강경파 과격단체는 물론 해방인민전선(PFLP),해방민주전선(DFLP) 등 PLO 내부의 급진세력들을 설득해 자중지난을 막아야 한다. 팔레스타인민족 내부의 알력과 이견은 모처럼 찾아온 국가건설의 기회를 동족간의 내전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외부의 지원도 자치의 성공을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이다. 점령지내 팔레스타인인의 국민소득은 이스라엘인의 16%선인 1천8백달러 수준이다. 이처럼 피폐한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들게될 1백20억달러의 상당부분은 당연히 서방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현재 서방측이 지원을 약속한 액수는 세계은행의 43억달러를 포함,5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산적한 난관과 불리한 객관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주장하는 측도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절박한 낙관론의 근거는 우선 세계의 선민유대민족에 뒤떨어지지 않는 인적자산이다. 유랑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인적 자산을 축적해온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민족도 아랍의 정치·경제 등 각계를 망라해 풍부한 인재들을 키워왔다. 이미 이들 인재들이 참여한 국가건설준비작업도 상당수준 진척된 상태이다.
91년 10월 마드리드회담 개최직전 발족된 자치준비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출신 해외두뇌 4백여명을 끌어모아 17개 분과위를 구성했고 각 분과위는 중동회담의 협상을 자문하는 일뿐 아니라 향후 행정부의 구조와 정책방향 등 자치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곧 바로 자치준비위원회와 산하의 분과위들은 국가운영을 위한 내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과 전제를 극복하는 것은 이제 팔레스타인민족의 몫이다. 주어진 향후 5년의 미래속에 그들이 염원하는 독립국가에서부터 내전의 파국까지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넘겨받은 것이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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