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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재(두암 컬렉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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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재(두암 컬렉션:1)

입력
199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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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시대 회화연구 “귀중자료”/재일동포 김용두씨 「소장품 도록」 출간/임난때 일에 약탈됐던 보물·국보급/산수화·불상·공예등 2백여점 수록재일동포 실업가 두암 김용두씨(71·천리개발 주식회사 회장·일본 병고현 희록시)가 일본에서 평생동안 수집한 한국의 귀중문화재 가운데 대표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화보집 「두암 김용두 신장품 도록」을 출간해 관련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도록에는 국보급인 고려 「위기도」,「금자경변상도」를 비롯해 회화 47점,도자기 1백36점,불상·금속공예품류 32점 등 총 2백15점이 수록돼 있다. 「두암 컬렉션」 가운데 전문가들이 선정한 희귀 문화재를 골라 몇차례 나누어 싣는다.<편집자주>

일본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진귀한 우리 문화재가 많이 유출돼 있다. 이들 유물중에는 국내에 전혀 없는 가치 높은 문화재도 많다. 그 중 우리나라의 고고학이나 미술사,또는 문화를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막중한 가치를 지난 것들이 허다하다. 이 문화재들은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에 문화 수준이 뒤떨어진 일본인들이 약탈하거나 불법으로 가져간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조선시대 두 나라 사신들이 왕래하면서 선물로 전해진 것도 사당수있다. 이들 귀중한 유물들은 일본 각지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자료관에 소장돼 있지만 개인 소장가들이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암 김용두씨는 일본 안에서 손꼽히는 한국 문화재 개인 소장가 중 한사람이다. 1922년 경남 사천군 사천면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 말기에 징용으로 고향을 떠나 남방에서3년을 고생한 후 일본에 정착했다. 말로 형언키 어려운 신고 끝에 경제면에서 넉넉해진 그는 30여년 전부터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 고국의 「옛 것」을 하나 둘씩 수집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도 쏠쏠했고 보람도 느꼈으며 안목도 생겨났다. 더욱이 운이 좋았던지 명품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두암의 수집품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86년 일본 내양시 대화문화관에서 열렸던 「사천자 소장품전시회」였다. 이 전시회에 나온 두암의 귀중문화재를 접한 한국의 고고미술학계는 너무나 놀라워했고,그가 지닌 소장품의 내용을 도록으로 엮어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앞서 그의 소장품을 한국에서 전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도록은 국내 학자들의 간곡한 요청을 두암이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1천여점에 달하는 그의 소장품 중에는 공민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14세기 후반 「바둑두는 그림」(위기도)과 고려 후기 「금자경변상도」 조선초기 필자미상의 「소상팔경도」 병풍이 특히 유명하다. 그리고 조선초기 이상좌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단유도」와 「월하방우도」,조선중기 김명국의 「수노도」 신잠의 「호도」와 「용도」,조선후기 정선의 「고토방학도」 최북의 「수각한담도」 김홍도의 「어단도」 김득신의 「산수도」 쌍폭 등을 비롯한 그림과 12세기 「청자 철채음각목단당초문화형병」,18세기 「백자 동화연화문호」 등 도자기류가 뛰어난 것이다. 고려 때의 「금동지장보살좌상」과 「은입사 청동대반」,「라전국당초문함」 등 불상 금속 목칠공예 등에도 국보와 보물급이 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소상팔경도」는 안견파 화풍을 따른 편파삼단구도의 대표작으로 역시 일본 엄도 대원사 소장의 같은 화제 작품인 「소장팔경도」 병풍과 함께 16세기 전반의 한국 산수화의 화풍을 엿볼 수 있는 명품이다. 또한 산수와 인물화에 겸장한 김명국이 그림을 그리고 1643년 통신사의 제술관으로 도일했던 박안기가 찬한 「수로도」는 감필법의 인물묘사가 뛰어난 가작이다. 가장 많이 실려있는 김득신의 작품들이 기존의 풍속화풍 외에 산수화와 매죽화에 있어서도 나름의 화풍을 지녔음을 엿볼 수 있어 귀중하다.

한국 문화재를 모아온 재일동포가 소장품을 이처럼 도록으로 펴낸 것은 이번 「두암 김용두 소장품 도록」(도서출판 호영간·비매품)이 처음이다. 더구나 김씨는 자신의 소장품을 사진으로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일본 정부에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사사로운 수집에 불과하다며 도록발간을 망설였던 김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이제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나혼자 즐기던 일을 여러 사람앞에 드러내 보이게 됐습니다. 나의 손때가 묻고 망향의,정이 가득 담긴 것들을 한 권책속에 담자니 분에 넘치는 보답이요 즐거움인지라 이 기쁨을 고국의 동포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두암 컬렉션」은 그 질에 있어서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림들이 우수하다. 「바둑두는 그림」 「소상팔경도」 등은 우리회화사 연구의 공백기인 고려말과 조선 전기의 귀중한 자료가 되는 것으로 국내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록에 「두암 소장 한국회화의 의의」를 쓴 안휘준교수(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는 『두암 컬렉션의 회화는 주제와 영역,시대의 분포,작품의 질와 격 등 모든 면에서 막중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특히 한국회화사의 연구와 교육에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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