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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교수 「사법부 참모습」진단(월요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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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교수 「사법부 참모습」진단(월요초대석)

입력
1993.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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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생명은 높은 도덕성”/위헌법률심사권 적극 행사를/더이상 법관의 눈치 봐선안돼/“사법부 수장은 행정·입법부 견제능력 갖춰야”김덕주 대법원장의 전격사퇴로 사법부가 마침내 개혁돌풍의 한 가운데로 들어섰다. 사법부의 개혁은 제도의 개혁뿐만 아니라 대규모 물갈이로 번질 전망이다. 유신하에서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등 학자적 양심을 꿋꿋이 지켜온 김철수 서울대교수(60)를 만나 문민시대 사법부의 참모습은 어떠해야 하며 또 이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들어본다.<편집자 주>

­김 대법원장의 전격사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문민시대를 맞아 사법부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5,6공화국의 군사정권하에서 대법관을 지냈기에 개혁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지 않았겠습니까.

사법부의 수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을 위해 과감히 물러남에 따라 사법부의 개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의미부여와는 별도로 김 대법원장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름대로의 개혁방안을 마련한 점은 따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진사퇴이기는 하지만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난 것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픕니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직접적으로는 재산공개 파문에서 비롯됐지만 바깥에서의 압력이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들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또 대통령과 임기를 달리 한 것에는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임기가 보장된 사법부의 수장이 도중에 외압에 의해 물러난다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김 대법원장이 사퇴한 것은 정치권에서의 압력때문이라기보다는 국민여론에 의한 압력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직자들의 재산에 대한 국민여론을 보노라면 우리 국민들은 공직자들에게 보통사람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법관이 지녀야 할 윤리관,도덕관은 어떠해야 합니까.

▲법관은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법관이 금전이나 권력의 유혹에 빠져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법조문은 휴지조각이 돼버립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는 법관에게 우리 국민들이 고결함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법관의 재산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결코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법관 윤리강령의 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리강령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만드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사때나 낭독하는 윤리강령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법관징계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등 윤리강령을 지키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문민시대의 참된 사법부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우리 사법부는 정치권의 뒤치다꺼리를 해왔습니다.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의 한 부처인 사법부의 역할을 해 온 셈입니다.

이제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동격의 기관으로서 양쪽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살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의 명령,규칙,처분 등에 대해서도 위헌 입법여부를 심사,무효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행 헌법상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진 것도 따지고 보면 대법원이 그동안 이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개혁시대의 사법부는 각종 개혁조치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인지를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개혁조치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까지 합법으로 인정해서는 안됩니다.

­지금까지 사법부의 독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는 정치권력의 억압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지만 인사제도,사법부 내부의 문제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사법부가 실질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쿠데타로 사법부를 정치권의 시녀로 여겼고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기에 저항한 법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판적이고 개혁지향적인 법관은 정치권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정치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법관들만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 아래에서는 법관의 독립,다시 말하면 재판의 독립도 없습니다. 법관인사위원회가 대법관 등 수뇌부만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법원의 판례를 무조건 따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또 현재 우리 사법부 내부는 언로가 막혀 있습니다. 법관회의제도를 하루 빨리 정착시켜 소장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새로 임명된 대법원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삼권분립하에서 최고기관의 장으로서 행정부나 입법부를 견제하고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사법부에 일대 개혁이 요구되는 만큼 이번에는 재야에서 나오는 것이 더 바람직할 걸로 봅니다. 현재 재야에서 몸담고 있는 인물들중 5,6공화국 당시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지키려다 사법부에서 내몰린 분들중에서 대법원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새로 임명될 대법원장에는 세계의 움직임과 흐름을 같이 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파문을 일으킨 법관을 비롯해 개혁시대에 이울리지 않는 몇몇 법관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살펴 소신없이 판결을 한 법관은 이번 기회에 참된 반성과 함께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채 버틴다면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타율적인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칫 법관의 신분보장에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대명제에도 손상을 입힐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법부를 이끌게 될 젊은 법관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공복임을 늘 가슴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법관이라는 직책을 출세나 승진의 발판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을 집행한다는 의무감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젊은 법관들이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앞에 겸허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사법부는 멀잖아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부,국민이 믿고 사랑하는 사법부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력

▲1933년 대구출생

▲56년 서울대 법대 졸업

▲67년 미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수료

▲현재 서울대 법대교수

▲저서 「현대헌법론」 「헌법학개론」 「법과 사회정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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