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오늘이 템포빠른 개혁와중에서 과연 반성하거나 새삼 생각을 가다듬을 일은 없을 것일까.최근 우리는 경제혁명이라할 실명제 실시,과거 잘못들에 대한 끊임없는 청산과 문책,공직자 재산공개 여파로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 수장까지 사퇴하는 등 엄청난 진통이 나날을 숨가쁘게 겪어왔다.
양적으로라도 이 만큼의 개혁파동을 치러왔으면 이제는 외적 성과에만 모두가 시선을 빼앗기는 대신 개혁의 참의미에 대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자문하고 성찰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이 그동안 개혁의 표피적 성과에 휩쓸려 일희일비하거나 위험한 편가르기 증상에 쉽사리 빠져드는가 하면 심지어 개인적 한풀이나 무고·협박사태까지 빚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실명제나 공직자 재산공개가 실시된후 각종 제보전화가 빗발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건전한 시민정신의 발휘로 분명한 잘못을 알리는 일이야 의당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멈추지 못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근거도 없는 음해·무고 투서가 활개치면서 일부 기업가나 공직사회가 마구 휘청거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산공개 직후부터 일부 재산액수가 많은 공직자들에게 협박·성토전화가 밤낮없이 쇄도한다고 한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결코 개혁의 기준이 될 수가 없고,윤리위원회에 의한 공개재산 실사나 적법성 검증이 착수도 되지 않은 시점인데 무조건 지탄·욕설·협박이 앞서는 험악한 세태라는 것이다. 심지어 생활비를 내라거나 각종 지원금을 예사로 요청,본인이나 가족들이 피신하는 사례마저 있는 형편이다.
며칠전 공판정에서 양심선언까지 하기에 이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경우도 근거없는 지탄과 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돌발행동을 폈을 것인지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것에 대해 무조건 탓하려하고,잘잘못을 법과 제도로 가려내기전에 감정적 보복을 앞세우려하는 사회가 갈 곳은 과연 어디인가,이제는 모두가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그런 풍조가 방치되거나 정치적 인기얻기 방편으로 은근히 조장될 때,결국 우리 사회가 이를 곳은 법과 질서나 양식이 더욱이 멀어지는 우중사회일 뿐이다. 그러나 광풍속에서 우리 사회의 힘은 계속 헛된 일에 소진되면서 국력의 낭비만 초래될게 내다 보인다.
진정한 개혁의 의미는 잘못을 바로 잡아 우리 사회의 힘과 전력을 한데 모으자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와중에서 잘못을 도려내게 되는 일에 대해 편가르기나 음해보다는 모두가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마저 나누려는 진지함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성이 새삼 절감되는 시점인 것이다.
때마침 검찰이 음해·무고행위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단속도 필요하겠지만,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반성과 함께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의 겸허한 성찰이 보다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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