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자주성·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에는 너무나 결함이 많은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하려는 전국 15개 시·도교육위원들이 2년에 걸친 노력이 또 다시 무위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전국 시·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는 지난해 9월 「지방교육자치 1년」을 결산하면서 현행 교육자치법이 교육위원회를 시·도 의회의 전심기관으로 법적 지위를 격하시켜 놓음(13조 1항 1호∼3호)으로써 교육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을 비롯,특별히 문제가 되고 있는 8개 항목의 법조문 개정을 국회와 교육부 등에 건의했었다.
그러나 이 건의는 별다른 반응없이 묵살됐다. 전국 2백24명의 교육위원들은 지난 6월 지방교육자치 활성화 세미나 자리에서 잘못된 법조문을 개정해주지 않으면 「전원사퇴」한다는 결의를 하고 민자당과 교육부에 개정을 촉구한바 있다.
민자당은 처음에는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더니 정기국회 개원이 임박하자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내는데 문제가 있다며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을 내게하라고 의장협의회에 알려왔다. 의장단은 지난 10일 오병문 교육장관을 만나 개정안 제출을 건의했다. 그러나 오 장관은 내무부와 합의가 쉽지 않아 정부입법의 개정안을 내는 것도 어려우니 관계부처와 개정토론회를 먼저 열도록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이번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상정시키는 것부터가 벽에 부딪치고 만 셈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성안 과정에서부터 너무나 서둘렀고 교육전문가가 아닌 교육부 일반행정관리들이 주축이 돼 만든 것이어서 제도적인 문제점이 숱하게 많다. 지방교육자치 시행 2년을 통해 볼 때 잘못된 조항들은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간의 감사·조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났고 교육감과의 마찰로 여실히 증명됐다.
문제된 주요조항의 내용은 교육위원회의 독립 의결권 부재로 조례안·예산안·결산 및 특별부과금 등을 심의·의결(13조)해서 시·도의회에 제출하는 전심 하부기관 기능 밖에 못하며,교육행정에 대한 감사 및 조사권한을 시·도의회에게도 부여함으로써 교육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중복감사에 따른 교육행정의 인력 및 재정낭비(17조 3)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 조항의 개정 또는 삭제는 의사결정의 단일기관주의 명분과 지방의회의 권한축소 때문에 지방의회의 반발이 커 교육부가 내무부의 합의를 받아내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도의회가 너그럽게 양보해 그러한 권한쯤은 교육위원회에 넘겨주는 것이 지방교육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시켜줌으로써 좀더 나은 2세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 지방교육자치를 하는 큰뜻이라면 부처이기주의나 기관이기주의부터 탈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무부는 교육부의 교육자치법 개정안 추진에 합의해주는 것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다같이 발전시키는 대도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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