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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국회 의사일정 불투명/「전·노씨 증언」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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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국회 의사일정 불투명/「전·노씨 증언」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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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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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관철 못하면 야 설곳 없다” 강경/민주/“법적·정치적 파장 엄청나다” 절대불가/민자문민정부 출범후 첫 정기국회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증언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이견은 개회식(10일) 직후 열려야할 본회의를 무산시켰고 의사일정조차 의문부호로 남겨두고 있다. 특히 13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시정연설마저 파행의 영향권안에 들어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김영구 민자,김태식 민주 총무는 11일 공식·비공식 접촉을 거듭 했으나 「평행선」의 거리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민주당측은 전직 대통령 증언과 국정조사 기간연장을 고집했고 민자당측도 「전직 대통령의 증언불가는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갈등은 외견상 국정조사에 대한 인식차로 보인다. 민주당측은 『조사를 해보니 전직 대통령의 증언 없이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민자당측은 『감사원 감사로 사실상 정리된 의혹을 정치공세 차원에서 다룰 수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갈등의 이면에는 양당의 장기구도,특히 민주당의 입지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은 그간의 정국에서 사실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산공개,금융실명제 실시 등 개혁정치에서 민주당은 항상 뒷북만을 쳤고 「YS 보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런 현실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으며 이 위기의식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고리로 거는 강공을 구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도 운신의 폭이 좁기는 매한가지다. 개혁정치의 드라이브는 걸렸지만 미래지향의 정치와 경제활성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져가는 현실에서 법적·정치적 파장이 엄청난 전직 대통령 문제를 다루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고 마냥 파행을 좌시할 만큼 국민감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사실도 양당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시정연설을 듣는 막판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파행을 보는 민자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불쾌감이 궤적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고리로 건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영구총무는 『세계 어느나라에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협상의 고리로 거는가. 야당의 태도는 상식과 도의를 벗어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자당은 지난 3차례의 임시국회 때마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연설을 요구해왔던 사실을 반박의 출발로 삼고 있다. 김 총무 등 당직자들은 『원하던 밥상을 차려주겠다니까 안 받겠다는 것은 야당이 아직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증거』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민자당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국민발표 형식으로 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요구가 타당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정조사 기간연장만 하더라도 야당측이 과연 지난 조사에서 충실했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7,8일 이틀간 계속된 국방위의 공전을 예로 들며 『기간연장을 제기하려면 차라리 그때 열심히 하지 그랬냐』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원론만을 고수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국회 파행은 여당에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오는데다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예산처리 개혁입법 민생현안 등 주요과제마저 「실종」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기간연장은 수용하고 전직 대통령 증언은 거부하자는 선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기간연장 및 두 전직 대통령의 증인출석 요구가 일단 명분을 얻어가고 있다는 판단아래 정기국회 의사일정과 연계해 이를 관철시킨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대 의혹사건을 다룬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컸으나 10일간의 국정조사 결과 이 의혹사건들의 궁극적 책임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로 귀결된다는 점만이 재확인됐을 뿐 국민들의 궁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진단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을 국회 증언대에 세워 국민들에게 직접 해명과 사과를 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요구가 대국민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실명제 실시의 후유증과 여파로 대여공세의 분위기가 잡혔다는 판단도 민주당의 강경드라이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문민정부 출범후 김영삼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계속 수세에 몰린데다 여기서 더 밀리면 야당의 존립기반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위기감도 그 배경에 깔려 있다.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의 증언출석 관철이 개혁태풍속에 야당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며 따라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당지도부뿐만 아니라 10일의 의총에서도 대세를 이뤄 협상의 폭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가 새정부 출범후의 첫 국회인데다 개혁을 제도화하기 위한 개혁입법 예산심의 등 중대사안이 많아 민주당이 마냥 의사일정 합의를 미루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취약한 지도력도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이계성·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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