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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한달맞은 중기/“새환경 살아남기” 변신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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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한달맞은 중기/“새환경 살아남기” 변신 박차

입력
199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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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료거래·비자금 지출 중단/회계 전산화·경리부서도 강화금융실명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금융실명제로 인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중소기업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발력을 발휘,실명제시대에 맞는 기업경영 형태를 갖추기 위해 활발하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중에서도 금융실명제 실시로 가장 당혹해하고 있는 업체들은 평소 금융기관 이용률이 낮고 무자료거래 관행이 일반화돼있던 영세한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이 실명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서둘러 손을 대고 있는 부분은 고질화된 무자료거래 관행과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기업회계­.

비실명시대에 가능했던 무자료거래와 각종 명목의 비자금지출 등 변칙적인 거래관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서울 은평규 K가구 박모사장은 6일 회의석상에서 자금담당 전무,영업부장 등 간부들을 모아놓고 앞으로 모든 거래에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끊고 거래업체에 건네주던 각종 봉투도 앞으로는 일체 주지 않도록 했다. 실명제가 실시되기 직전인 8월까지만해도 박 사장은 무자료로 제품을 판매하고 받은 대금을 비자금으로 운용해왔다. 원자재 납품업체로부터 자재를 사올 때 실제 지급한 액수보다 높게 세금계산서를 끊어달라고 해 차액을 접대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루라도 빨리 체질개선에 나서기로 작성한 것이다.

군포공단내에 위치한 무림미장 강인식사장도 무자료거래를 요구하는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간 매출 30억원 규모의 골판지 제조업체인 무림미장은 연간 거래 가운데 7∼8% 정도가 무자료로 이뤄지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무자료를 요구하는 거래업체와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기로 한 것. 강 사장은 『세금계산서를 떼면 거래를 끊겠다는 판매상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았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무자료거래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기왕 바꿔야 할 관행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바꾸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회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고양공단에 위치한 종업원 30여명 규모의 냉장고 부품업체인 세대산전은 실명제 실시를 계기로 회계전산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대산전은 지난해초부터 CAD,CAM,OA에 이르는 자동화사업을 추진해오다 최근 시스템 이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였으나 실명제가 실시되자 서둘러 마무리하기로 한 것. 이 회사 이홍근사장은 『회사 규모에 비해서 다소 부담이 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시대에 맞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전산화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재 총무과 직원 2명이 하고 있는 경리업무에 별도 전문직원을 채용해 정확한 회계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금까지 보통 월 10만∼30만원 정도와 연말결산때 별도로 50만∼60만원씩을 지불하고 세무사에게 기업회계를 맡겨온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자체 기장능력을 갖추기 위해 경리부서를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연구원 최동규부원장은 이같은 중소기업이 변화 노력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 일시적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적극적인 노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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