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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장의 사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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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장의 사퇴(사설)

입력
199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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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공개 여파로 사법부의 수장인 김덕주 대법원장이 돌연 사퇴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재산공개 결과 법원·헌재 등 사법부 고위법관들의 평균재산이 뜻밖에도 다른 기관보다 높고 투기의혹의 부동산 거부도 많음이 드러나면서 일대 위기에 빠진 사법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사법부 개혁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재산공개 이전에도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개혁과 과거청산 문제로 소장법관들의 잇단 건의와 재야 법조계의 사퇴압력을 받아왔고 최근 땅투기 의혹마저 일면서 그 거취가 주목되어 왔었다.

사실 재산공개후 사법부의 일대 쇄신과 거듭남은 초읽기에 들어간 감이 없지 않았다. 사법부에 대한 엄청난 국민적 실망과 불신의 확산은 서울고법 재판정에서 어느 부장판사의 「결백신상발언」 해프닝마저 빚게 했었다. 이번 축재 구설수에 오른 그 부장판사는 재산공개후 질책을 받아 고민해온 끝에 엄정해야 할 공판정에서 때아닌 일방적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국민적 지탄 앞에서 너무나 곤혹스러운 사법부의 처지를 생생히 드러냈던 것이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데 어째서 이같은 돌출사태가 생겼을까를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원인의 하나는 재산공개 여파로 사법부에 대해서도 국민적 불신감이 고조,정상적인 재판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일 것이다.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백을 방청객에게 일방적으로라도 알려야 할 지경이 되었다는게 아닌가.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재산의 크기만을 가지고 축재로 몰아세우는 대중과 언론의 돌팔매식 매도사태에 대한 한 법관으로서의 반박일 수도 있겠다. 법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적인 지탄이 법속에 파묻혀 살아온 법관을 당혹케 했을 법하다.

하지만 거부 법관들에 대한 이처럼 따가운 질책과 공판과정에서의 그같은 변명 해프닝이야말로 우리 사법부의 쇄신과 정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사임을 새삼 강조한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절대권력에 눌려 사법부마저 「권력의 시녀」 소리를 들었던 과거를 또 들출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민시대가 시작되고 나서도 사법부 스스로 얼마나 성의있게 자체개혁과 정화에 나섰던가를 반성해야 한다. 앞서 소장판사 및 재야 법조인들에 의한 사법부 개혁 및 과거청산 요구로 제2의 사법파동이 일어날 위기인데도 시간을 끌다가,이번에 재산공개 태풍을 또 겪는게 아닌가고 국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사법부였다. 이런 위기속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퇴결단을 내린 것은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법부의 진정한 거듭남을 위한 뼈아픈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 과감한 개혁으로 사법부의 권위를 되찾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음을 강조해둔다. 사법부의 권위유지에는 국민도 동참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매도풍조도 아울러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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