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일부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예상외로 과대한 부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은 거부 그 자체를 질시해서가 아니라 축재의 과정이 땅을 비롯한 부동산투기를 통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투기만큼은 인기가 없으나 예금이나 증권·채권·CD(양도성 예금증서) 등 유가증권 투자도 재산증식의 주요 수단의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은 부동산이 84%이고 현금·예금·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은 15.3%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면 부동산 매입이 부의 증식수단으로 압도적으로 선호돼왔다는 것을 실증해준다. 땅부자인 고위공직자들은 상속 등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닌한 「투기」의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금융자산은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90년이후 계속 침체돼오다가 불투명한 반등기에 들어서 있는 증시를 보고 「증권투기」 운운하기는 어렵다. 증권투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의 축적방법은 사업자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나라에서처럼 부동산 아니면 유가증권 투자이다.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는 그 신분에 따른 도덕적·법률적 제약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이 잇단 재산공개에서 드러났듯이 일반 시민들보다 앞장서거나 또는 그들과 함께 어울려 광란의 투기에 참여했다는 것은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규범을 위반한 것이다. 우리가 고위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규탄하고 혐오하는 것은 투기에 지위에 따른 영향력이나 또는 직무와 관련하여 직·간접으로 얻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나하는 의혹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윤리위의 실사에서는 이점까지 조사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윤리위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검토해야 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들의 이러한 부당행위를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다. 공직자윤리 문제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미국은 정부윤리법,사리추구금지법,연방공무원 윤리규정 등 각종 법규로 공직자의 비리·부정부패를 예방,제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직자들이 특수관계자들과 이해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규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재산의 백지신탁(Blind Trust)제도가 좋은 예이다. 미국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장관,각료 등 고위공직자들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현금,주식,재무부 공채 등 각종 공채·회사채 등 금융자산을 신탁회사에 기탁하고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수탁자에게 재산의 운영을 완전히 위임하는 것이다. 공무가 공직자의 개인이익과 전혀 관계없이 집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 소속 공무원의 보유주식에 대해 「거래동결」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미국식의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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