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고르비·키신저·중동정상등 거론/“지도력 과시”·“정치적 부담” 선정 고심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 체결 서명식에 초청해야할 인사들을 선정하느라 고심중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업적을 과시히기 위해서는 될수록 많은 수의 국내외 지도자를 불러야겠지만 인물에 따라서는 지도자를 백악관들에 불러들인다는 일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부담을 자초하는 일이라서 초청인사의 범위를 정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PLO·이스라엘 협정은 확실히 클린턴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굴러떨어진 행운이다. 국내외적으로 막강한 지도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 클린턴으로서는 대단한 호기를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소말리아사태,유고사태 등과 관련해 국제정치의 큰맥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백악관 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PLO와 이스라엘이 각각 협정에 서명한후 이들 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다시 「역사적인 서명식」을 갖겠다는 것은 클린턴이 이스라엘·PLO 협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 강화에 이용하겠다는 속셈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백악관과 국무부를 통해 거론되고 있는 초청대상자들을 보면 우선 중동협상에 정열을 바쳤던 닉슨 전 대통령과 키신저 박사,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당시 국무장관들,부시 전 대통령과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중동협상자들을 꼽을 수 있다. 또 국제적인 인물로는 마드리드 회의를 공동 개최했던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옐친 러시아 대통령,그리고 스페인 지도자,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국가 원수들이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 비밀협상 장소를 제공하면서 협상의 성공을 이끌어낸 노르웨이 정부 인사들과 PLO 및 이스라엘의 양 당사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들 거물인사들을 백악관에 모두 불러들인다면 화려함은 당연히 더하겠지만 첫째 클린턴 대통령의 공적 광채가 흐려질 것이고 둘째 PLO 지도자를 너무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내세우는 격이 돼 외교의전이 매우 까다롭게 되는 어려움이 따른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9일 현재까지 누구누구를 초청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다만 국내적으로는 카터 전 대통령,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초청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언질이다. 백악관은 또 90년 이래 외교통로를 단절해 버린 PLO와 대화를 재개할 의사를 밝혔는데 일단 PLO와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이 「역사적인 서명식」에 초청할 인사명단이 자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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