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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니즘에 쫓겨 반세기 유랑투쟁/PLO 승인 얻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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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니즘에 쫓겨 반세기 유랑투쟁/PLO 승인 얻기까지

입력
199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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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말까지 무력저항 좌절만/74년 합법기구 인정 외교전 강화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실체로 승인하면서 팔레스타인은 반세기에 가까운 고난과 투쟁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상황이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자치행정기구 수립에 합의했고 이스라엘측 일각에서 궁극적인 독립국가 수립에도 신축적인 입장을 내비친바 있어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물꼬는 일단 잡힌 까닭이다.

돌이켜보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투쟁의 역사는 곧바로 이스라엘의 생존과 함께 중동분쟁의 한축을 이룬다. 그러나 양극단에 선 팔레스타인 해방과 시오니즘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설립을 위해 벌여온 약소민족의 투쟁이라는 동전의 양면에 다름 아니다.

두민족간의 분쟁은 19세기말 러시아와 동구에 불어닥친 반유대주의를 피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지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시작됐다. 바로 2천년전 쫓겨난 시온동산에 유대국가를 건설하자는 시오니즘의 물결이다.

유대국가 건설을 최초로 약속한 영국의 밸포어선언이후 47년 유엔이 팔레스타인지역을 분할,유대국가와 아랍국가의 수립을 결정하고 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함으로써 시오니즘은 결실을 보았다. 전후처리 과정에서 미영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에게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조국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중동 각지에 흩어져 주권회복을 향한 힘겹고 외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64년 5월 조국해방과 민족자결을 기치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조직했다. 게릴라전을 중심으로 한 PLO의 무장투쟁은 60년대말까지 활발하게 전개됐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상대인 이스라엘은 강했고 서방을 중심으로 한 세계는 늘 냉담했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암만에 본거지를 두었던 PLO는 70년 1월 이들의 세력확대를 우려한 후세인 국왕의 공격으로 2만여명의 희생자를 내고 레바논으로 옮겨갔고 82년에는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의 포위에 굴복,또다시 튀니지로 쫓겨났다.

연속된 좌절은 인식과 노선의 전환으로 극복됐다. 74년 아랍 정상회담에서 PLO가 유일한 합법기구로 승인받고 유엔의 옵서버자격을 얻으면서 무장투쟁을 자제하는 대신 국제무대에서 대이스라엘 외교전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87년부터 시작된 저항운동인 「인티파다」는 팔레스타인의 고난에 대한 세계의 주목을 환기하면서 동정적인 여론을 형성,이같은 흐름에 일조했다.

노선변경으로 강온파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PLO는 88년 11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아라파트를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아라파트는 이어 이스라엘의 생존권 승인과 테러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서방측과의 대화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든든한 배경이었던 소련이 붕괴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아랍세계에서 마저 고립된 PLO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91년 10월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평화회담에 참여했다. 그러나 평화의 길은 멀고 험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유화책과 아라파트 등 지도부의 결단이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 8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막후협상에서 자치안에 합의했다.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선지 20여개월만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진전은 분쟁의 해결일뿐 곧바로 팔레스타인의 독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양측 강경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해방을 향한 길은 이제부터인 셈이다.<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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