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서울대 약대가 술렁이고 있다. 3월이후 한·약 분쟁사태의 이해당사자이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서울대 약대생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8일 하오 3시 서울대 약대건물 21동 311호실. 제약학과 1학년생들이 약사법 개정안 문제를 분임토의하는 동안 시종 무겁고 착잡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다른 약대는 수업거부를 결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양쪽 절충안에 불과하며 의약분업은 공허한 구호처럼 보입니다』 『서울대가 움직이면 여론이 변합니다. 가만히 있으니 우리가 잘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어서면 똑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냉정을 유지할 때입니다』
토론회에서는 「선배」 약사들의 잡단이기주의,한의대생들이 수업거부와 유급사태로 기성의료인과 차별성을 갖지 못한 것도 지적됐다.
과토론회는 최근 며칠사이 서울대 약대 전학과 전학년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언론의 양비론과 돌아선 국민정서는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다른 약대생들로부터 「무관심하다」 「개인적이다」 「엘리트의식만 가졌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이들은 지금까지 성명서 한장 내지 않았다.
지난 6일 중앙대에서 전국약대생 2천5백여명이 모인 「보사부 약사법 개정안 철회 결의대회」에는 다 끝날 무렵에야 타대생들의 반도 안되는 50여명만이 참석해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입법예고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영남대를 시작으로 9일 현재 20개 약대중 15개 약대가 수업거부에 동참,시시각각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10일엔 서울대 약대생 총회를 열어 타대와의 연대 등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의대생 수업거부,한의대 교수들의 교수직 사퇴,대한약사회의 총폐업 결의…. 「자신의 장래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사태」 앞에서도 혈기방장한 학생들이 상아탑을 지켜온 것은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계속 본분을 지키며 주장을 펼 때만이 국민의 지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예비약사」들에게 입법예고에만 집착말고 좀더 책임있는 해명과 희망을 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보사부 당국을 비롯한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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