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총선 참여… 국제고립 완화/양측 내부 반발 만만찮아 난관남아공 23개 정파의 민주협상 대표들이 7일 과도행정위원회(TEC) 법안에 합의함에 따라 남아공의 흑백세력은 3백50년동안 계속된 갈등을 해소할 발판을 마련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지난 45년간 남아공에 가해온 경제제재를 해제할 의사를 밝혀 남아공의 국제적 고립도 남아공의 국내 민주화 속도에 따라 완화될 전망이다.
과도행정위는 명실상부하게 남아공의 인종,정파 대표를 망라한 일종의 과도정부다. 과도행정위는 내년 4월로 예정된 다당제 총선까지 현 정부와 함께 국정을 함께 운영하고 총선을 준비하게 된다. 남아공의 흑인들에게 역사상 최초의 국정참여권이 주어진 셈이다.
과도행정위 법안의 핵심은 안보 및 인종문제 등 주요 법률의 신설 및 개정에 대해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과도행정위의 소위원회와 협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로인해 흑인 대표들은 현 백인정부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인계받게 된다.
이 법안은 다음주중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의회 다수파인 집권 국민당이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의회 승인은 확실하다.
과도행정위가 가동,내년 4월에 다인종,다당제 총선이 치러지면 이는 3백50년에 걸친 백인통치의 종식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뻔한 결과에 대한 반발이 흑백 양측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최대의 반발세력은 인구 6백만명의 줄루족 추장인 망고수투 부델리자파와 백인 분리를 주장해온 백인 보수당(CP)이다. 부델리지는 흑백 협상에 의한 정치는 남아공을 내전으로 몰고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6월 클레르크 대통령과 만델라가 내년 총선에 합의한 이후부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완전한 흑백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백인측 보수당은 총선에 의한 흑인들의 집권은 백인의 몰락을 의미한다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델라가 이끄는 ANC는 흑인 인종중 다수인 줄루족을 대표하는 부델레지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고 클레르크 대통령은 지금까지 흑인폭동을 진압해온 보안군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백인 우파의 입장을 묵살할 수 없는 상태이다.
클레르크 대통령과 만델라의 우려는 8일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남아공 전역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격사건으로 25명이 사망함으로써 현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미국 영국 등 서방은 8일 남아공의 민주화 진전을 환영하며 남아공에 취해온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조치를 곧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만델라는 이제 공존공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흑백다수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과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듯하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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