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전제조건 내세워 “판깨기”/권력승계 임박 내부합의 실패설도어느 때보다도 성사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던 남북대화가 또다시 암중모색의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측이 대화성사의 시한으로 정했던 9일 북한은 고위급회담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통해 접촉일자를 23일로 연기하면서 이른바 「핵전쟁연습 중지와 국제공조체제의 포기」 등에 대한 태도를 표시하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거듭된 태도표시 요구는 대화재개를 인위적으로 기피하기 위한 지연전술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측이 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의 분석이 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지리하게 계속된 수정제의 공방 끝에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북한이 적어도 현 시점에서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을 원하지 않거나 또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측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미·북한 접촉과는 별개로 남북한 핵협상의 채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었다. 북한이 먼저 제의한 특사교환 실무접촉을 전폭 수용한 것도 이같은 입장에 따른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 2일 우리측이 대북 전통문을 통해 보낸 대화제의는 양측간의 이견을 사실상 전면 해소한 것으로 새로운 전제조건을 만들어내지 않는한 대화를 재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측 입장이었다.
실무접촉 또한 「특사의 급과 자격」을 제외하고는 사무적인 절차수준으로 사실상 합의된 상태였기 때문에 한 두차례의 접촉을 가진 후에는 막바로 특사교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북한은 협상테이블에서 대화를 깨는 것보다는 그 이전에 수정제의 공방단계에서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우리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을 급조,일단 회담 개최에 앞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지연시킬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모종의 내부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제네바의 미·북한 2라운드 접촉(지난 6월)에서 남북대화 재개가 후속회담의 전제조건이 됐다는 사실을 북한내 최고위층에 제대로 이해를 시키지 못해 내부조정중이라는 설,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승계작업이 임박해 「최고위급이 임명하는 특사」의 교환이 시작될 경우 연속성을 유지하기 힘들어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설득력있는 분석은 미 또는 IAEA와의 핵협상 결과가 북한이 예정했던 시간표만큼 진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일정시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남북관계가 끼어들어 논지가 흐려지기를 원하지 않고,또 미국과의 「대화거리」를 좁혀놓은 상태에서 우리측과의 포괄적인 협상에 임하고 싶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우리측이 남북대화의 남북대화의 교착을 이유로 미·북한간 핵문제 협의의 진전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한미간의 마찰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