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의 재산증식이 땅매입을 통해 이뤄졌다는데 대해 한국적 상황을 감안하여 이해는 간다. 그러나 공인의식이 그처럼 철저하게 내동댕이쳐졌다는데 대해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허탈하다. 우리는 토지투기가 망국병이라는 것을 얼마나 외쳐왔던가. 지금도 역시 외치고 있지 않은가.고위공직자들 사이에 겉으로는 토지투기 근절을 외치면서 뒷구멍으로는 토지투기를 해온 위선자는 없지 않았는가. 백보를 양보해서라도 국민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투기를 했거나 투기를 촉발내지 조장한 경우다. 국민들은 높은 세금을 내면서 결국 「투기꾼」을 키운 셈이니 겹겹이 피해를 본 셈이다.
물론 고위공직자들 모두가 이러한 파렴치한 파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다수는 성실한 공복일는지 모른다. 옥석의 구분과 기강확립을 위해서도 땅을 포함한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해서는 그 보유과정이 철저하게 실사돼야겠다. 김영삼대통령도 지적했지만 「직권을 이용한 치부」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신고된 고위공직자 보유 땅을 아무런 연고없이 서울의 강남,경기도 용인과 제주도 등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투기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대해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 1천1백67명이 소유한 토지는 총 1천4백80여만평,전국토면적의 0.045%로 1인당 평균 1만2천여평이 되는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투기지역에서의 보유상황이다. 서울 강남지역에는 모두 2백31건 17만5천여㎡(5만3천여평)으로 강남 전체면적의 0.12%를 차지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다. 또한 경기도와 제주도에는 모두 각각 7백92만4천여㎡(2백40여만평) 1백19만7천여㎡(36만여평)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서 놀라운 것은 처음으로 재산이 공개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고위직 판사들도 국회,행정부,군,경찰,검찰에 못지 않게 투기지역의 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땅은 강남,용인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사법부는 평균 1인당 6필지,헌재는 4필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상속 아니면 변호수임료로 수수한 것』으로 해명했다는 것이다. 법을 위해,법에 의해,법의 삶을 사는 사법부 지도급 인사들이니 이들 땅의 취득이 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나라이건 지도급 법조인은 「최고위 사회명사」로 손꼽힌다. 거기에는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무」가 뒤따른다. 행정,입법,사법 등 3부의 고위공직자들은 땅투기를 했다면 불법이 아니라도 도덕적으로나마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후배,후손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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