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동에 평화가 오고 있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동에 평화가 오고 있다(사설)

입력
1993.09.09 00:00
0 0

한반도가 「잠재적 화약고」로 지목돼왔다면 중동은 30년동안 계속 타오른 활화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활화산의 불이 꺼진 것으로 공식선언될 단계에 왔다. 아마도 동서냉전이 종식된뒤 국제정치무대에서 기록되는 최대의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다.이미 보도된 것처럼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시작된 제11차 중동평화 회의는 끈질긴 막후협상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팔레스타인의 혈전을 끝내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시에서의 팔레스타인 자치가 그 골자다.

미국의 거중조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자치협정은 상당히 모호한 문구가 많다. 팔레스타인측의 자치가 실시될 예리코시의 행정구역의 범위,유대인 정착촌의 장래,80만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문제 등이 그렇다.

그러나 PLO는 독립 대신 5년간 자치에 동의하고,이스라엘은 궁극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으로 가게 될 자치권 허용에 동의했다. 이러한 타협은 30년동안 타협없는 「성전」을 벌여온 PLO와 강경 아랍측의 양보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PLO와 아랍 각국을 지원해온 소련이 붕괴된데다,걸프전쟁때 이라크를 지지한 PLO의 실수가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자치를 받아들인 아라파트 PLO 의장의 타협이 일방적인 양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팔레스타인국은 우리의 손이 미치는 범위안에 왔다』고 선언했다. 제한적 자치협정은 분명한 문구는 없지만 결국 독립 팔레스타인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제한된 자치가 독립으로 이어지고,따라서 이 지역에 안정적인 평화가 정착하려면 숱한 난관을 넘어야 할 것이다. 그 첫째는 팔레스타인 사회내부의 강경파요,이스라엘 내부의 강경론이다.

이미 PLO내의 강경파는 아라파트 의장을 『팔레스타인을 팔아먹은 반역자』로 낙인찍어 암살대상으로 꼽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서도 리쿠드당이 강력 반대에 나섰고,10만 정착촌민이 타협에 반대하고 있다.

둘째로 넘어야 할 난관은 폐허로 변한 팔레스타인에 「평화의 대가」를 안겨줘야 된다는 것이다. 1백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경제건설의 비용이 문제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뜻에서도 이 지역에 안정적인 평화구조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아랍과 이스라엘 양쪽 모두 강경파의 저항을 순리대로 극복하고,냉전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평화가 고난에 찬 이 지역의 모든 사람에게 안식과 번영을 안겨줄 것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