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대통령 무관… 나라위해 한 일”/“답변만 하라” “할말 하겠다” 신경전/수공위협 과장홍보 이유는/질문/성금 안기부 직접 개입안해/답변국정조사 일정을 이틀 남긴 8일 국회 건설위는 「평화의 댐」에 대해 마지막 해부작업을 벌였다. 이날 증인이 「평화의 댐」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으로,증인신문의 결과가 이번 국정조사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에 의원들,특히 야당측의 전의는 남달랐다. 또한 연희동측도 5공의 업보를 떠안다시피한 장씨를 위해 이양우 전 청와대 사정수석과 석진강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만반의 태세를 보여주었다. 신문자와 피신문자 양측 모두가 마치 일전불사를 각오한듯한 모습을 보여,조사 시작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증인신문의 장소가 장씨가 수감돼있는 영등포구치소라는 점이 긴장의도를 높였다.
의원들은 신문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전제로,평화의 댐이 정권안보용으로 악용됐음을 기정사실화한뒤 그 주체를 장 증인은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장 증인은 『평화의 댐은 우국충청의 결과물』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고 자신을 마지노선으로 설정,전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화살을 막았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증인은 전씨 개인에 대한 충성을 국가에 대한 충성과 혼동하고 있다』고 공박했으나 그 때마다 장 증인은 『상호 인격을 존중하자』고 맞받아쳤다. 또 의원들은 장 증인이 소신을 피력하라고 하면 『질문에만 답하라』고 제동을 걸었고 장 증인은 『증인은 죄인이 아니다. 할 말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며칠째 밤샘작업을 하고 중복질문을 피하기 위해 질문내용을 사전조정한 야당 의원들이나,이미 5공 청문회 등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초중량급 증인인 장씨나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양측의 공방은 기세대결은 연상시킬 정도였다. 특히 장 증인은 점심식사를 위한 정회때 일부 여당 의원들의 「공손한」 인사를 받기도 하고 신문중에 질의하는 의원들에게 역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사실상 국정조사의 마무리 수순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난무하는 엇갈린 주장으로 「평화의 댐」의 실체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평화의 댐이 시국타개책으로 조작됐는지 여부,전 전 대통령의 개입정도 등 핵심사안은 의원들의 주장 내지는 추정차원에서만 『문제있다』고 정리됐을 뿐이지 증거력있는 장씨의 증언에서는 여전히 『문제없다』였다.
상오 10시30분께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장 증인은 흰색 모시상의와 남색바지로 된 수의를 입고 들어왔다. 장씨는 낮고 차분한 어조로 또박또박 증인선서를 한후 증인석에 앉았다. 서정화위원장의 개회선언이 있자마자 김봉호의원(민주)은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장씨의 뒤편에 앉아있는 변호인중 이 변호사는 알겠는데 다른 한분은 누구인지,입실이 허락됐는지 알고 싶다』며 기선장악성 발언을 했다. 서 위원장의 석 변호사를 소개하며 『사전에 변호인 요청이 있었고 법에 따라 허용됐다』고 설명,일단락됐지만 이날의 「격돌」을 예고하기에 충분한 신호였다.
◇장세동증인(전 안기부장)
▲오탄의원(민주)=전 전 대통령은 감사원 회신에서 평화의 댐은 덩그렇게 서있는 자체가 수모라고 했다. 증인은 생각은.
『평화의 댐은 올림픽 안전을 위한 것으로 서면의 견해에 동의한다』
▲오 의원=86년 8월20일 당시 대통령에게 금강산댐에 대해 보고했나.
『수공위협과 대응조치에 대해 보고한 적이 있다』
▲오 의원=증인이 금강산댐의 규모를 70억톤이라는 분석치를 무시하고 2백억톤으로 정한 이유는.
『최초의 첩보는 금강산댐이 북의 태천댐보다 크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태천댐(80만㎾)보다 크다는 전제아래 81만㎾로 가정할 경우 70억톤이었다. 금강산댐의 최대규모는 북한강수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2백억톤이 된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오 의원=감사원은 불요불급한 댐을 쌓았다고 했다.
『감사원의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회계감사를 해왔지 정책판단에 대한 감사는 하지 않았다. 의견을 달리한다』
▲오 의원=전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증인의 생각은.
『전적으로 첩보분석,정보판단,정책건의를 한 본인의 책임이다』
▲송천영의원(민자)=금강산댐에 대한 첩보는 언제 처음 접수했나.
『86년초다. 그리고 이후 많은 첩보가 계속됐다』
▲송 의원=금강산댐은 임남댐 1개인가,4개의 댐인가.
『금강산댐은 어느 하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수공을 시도할 경우 북한강수계에서 담을 수 있는 총수량을 의미한다. 최대치만을 강조한 것은 안보상의 상식으로 발표는 내가 했다』(이어 장 증인은 『북한의 남침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이고 지금 영변 핵문제를 보면 실체를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소신을 피력했다)
▲최재승의원(민주)=증인은 금강산댐이 임남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데(최 의원은 질문에 앞서 장 증인에게 개인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혼동하지 말라고 충고했고 장 증인은 『답변에 앞서 할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질문에만 답하라고 언성을 높였고 장씨도 『최 의원이 먼저 인간적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며 고집하는 바람에 한동안 소란. 결국 이긍규 위원장대리의 중재로 장씨는 답변만 하기로 했다).
『이미 말했듯 첩보는 금강산 유역에 댐을 건설한다는 사실이었지 몇개를 건설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최 의원=금강산댐에 대한 1차 분석이 안기부 직원이 당시 한전의 토목과장에게 5만분의 1 지도를 주면서 수량을 계산하라고 했다. 그 계산이 2백억톤이다.
『2백억톤은 모든 첩보와 여러 부처의 협의를 통해 산출했다』
(최 의원은 86년 10월30일 이기백 당시 국방부장관이 발표한 「금강산댐 붕괴시 서울 침수도」를 펼쳐 보였다. 이 침수도는 63빌딩까지 잠기는 기상도를 그린 내용)
▲최 의원=당시 침수도는 2백억톤을 산정하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올림픽 때는 북한이 기껏해야 가물막이댐을 만들어 3억톤 수량을 보유했을 뿐이다. 이 수량이 최대의 홍수량 9억4천만톤과 합쳐져도 12억4천만톤 밖에 안된다. 2백억톤 댐은 건설에만 7년여,담수하는데만도 11∼12년이 걸린다. 왜곡의 극치가 아닌가(최 의원은 이 질문에는 답변을 듣지 않았다).
▲이석현의원(민주)=「금강산댐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비책」이라는 문서에 규모가 최소 70억∼최대 2백억톤이라고 돼있다. 왜 최대치만 보고했나.
『그것은 회의록에 첨부된 판단표일 뿐이다. 내가 알기로는 감사원 감사에서 회의록에 첨부된 간지라고 듣고 있다』
▲이 의원=86년 8월20일 당시 1차 보고시에 금강산댐의 최초 위협시기가 89년 10월이라고 보고했는데 88올림픽에 대비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이유는.
『안기부 실무진의 판단은 북한이 댐기공식을 하기 이전까지 정상적인 축조속도를 가정했을 때 89년 10월이라는 얘기이고 기공식 이후에는 달라진다』
▲이 의원=북한의 가물막이댐 저수량 3억톤과 50년래의 홍수를 더해도 서울이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의 내용인데….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올림픽경기장 일부가 물에 잠겨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의암댐,춘천댐 등을 비우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대응댐건설이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이 의원=88올림픽 수공설은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역사는 덜거덕거리고,휘청거리고,비틀거리면서 간다. 평화의 댐 하나 쌓았다고 해서 국면전환이 되겠는가. 넥타이 매고 갓을 쓴 것과 같은 모습이다』
▲장경우의원(무)=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때 특정견해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은 없었나.
『없었지만 견해차이는 있었다』
▲장 의원=성금모금에 안기부가 개입하지 않았나.
『물론 자유의사에 따라 모금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권고하는 의미에서 능력에 따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개입했을지도 모르나 직접하지는 않았다』
▲이긍규의원(민자)=87년 5월 금강산댐 공사가 중단된 사실을 알고 있었나.
『댐공사 중단사실을 알고 있었다. 87년 2월 평화의 댐 기공식을 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 북한이 중단한 것 같다』
▲제정구의원(민주)=금강산댐의 수공위협을 과장 홍보한 이유는.
『88년 올림픽 개최 때의 2백억톤 수공위협은 없었다. 국민들이 마치 서울이 온통 물에 잠기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아쉽게 생각한다』
▲제 의원=전 전 대통령에게 최소치 70억톤은 묵살하고 최대치 2백억톤만을 정보고한 것은.
『70억톤이나 2백억톤의 수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88올림픽때 수공위협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 의원=안기부장 재직당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등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나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사람이다』<이영성·권대익기자>이영성·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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