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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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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장명수칼럼)

입력
199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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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서 눈에 띄는 부동산 목록중의 하나는 오피스텔이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고,한개 이상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다. 제주도나 용인의 임야처럼 「화려한 투자대상」은 아니지만,오피스텔이 인기품목인 것은 확실하다. 오피스텔은 왜 인기가 있을까.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므로 사는 집 이외에 하나 가지고 있더라도 1가구 2주택이 되지 않는다는 등 투자의 이점도 있으나,많은 사람들이 오피스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퇴직후나 노년에 「시간을 보낼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평생 사무실에 출퇴근하는 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출퇴근할 곳이 없는 나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고,그래서 개인사무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실제로 퇴직한 사람들중에는 『오피스텔을 미리 사두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퇴직후 몇주정도는 집에서 푹 쉬거나 여행을 하면서 소일할 수 있지만,그 이후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진다. 친구들도 사무실 아닌 집에 연락하는 것을 어쩐지 꺼리는 것 같고,차츰 가족들의 불만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많은 아내들이 아침에 일찍 집을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곤 하던 남편이 오랜시간 집에 머무는 것을 처음에는 반기지만,시간이 갈수록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세끼 식사준비 하느라고 힘들어 죽겠다』든가 『남편이 한가해지니 어찌나 잔소리가 많아지는지 노년 시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는 등의 불평이 곧 나오게 된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우선 아버지가 직업을 잃었다는 사실을 가정의 위기로 받아들이고,아버지가 늘 집에 머무는 것을 편안치 않게 느낀다.

이처럼 딱한 처지에 빠진 가장들의 오아시스가 바로 오피스텔이다. 물론 소일하기 위해서가 아니고,적극적으로 연구나 집필을 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퇴직후에도 규칙적으로 작업실에 출퇴근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오피스텔중에는 투기대상이 될만한 곳도 있을 것이고,또 몇개씩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구입목적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공직자들이 오피스텔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퇴직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제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연구실」이나 「작업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피스텔을 준비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그 많은 부동산 목록에서 오피스텔을 특별히 문제삼을 생각은 없지만,퇴직후 내용도 없는 「연구소」 간판을 달기 위해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풍조는 좀 우습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연구소」를 차린다고 기업들의 협찬을 받는 힘센 퇴직 공직자들도 있었는데,그들이 차린 연구소에서 무슨 업적이 나왔는지 의문이다. 앞으로는 오피스텔 가수요,무슨무슨 연구소를 차린다는 허영심도 정리되기 바란다. 누구나 개인사무실을 가질 수 있겠지만,「연구소」에서는 생산적인 업적이 나와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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