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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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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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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공직자 재산에 관한 것들이다. 아마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이들의 재산얘기로 꽃피울 것 같다. 명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사람들이 알고보니 돈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화제중의 화제가 안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재산얘기를 정신없이 하다가 보면 어느덧 자기 자신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하고 계산해보게 된다. 몇백억 몇십억씩 가지고 있다는 공직자들의 재산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서민들은 서글퍼진다. 처음에는 슬그머니 화가 나다가 나중에는 허탈해진다. 상대적 박탈감도 지울 수 없다. ◆왜 이런 심정이 될까. 단순히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이 가졌음을 확인하기 때문일까.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남이 잘된 것을 시기해서 그런 것일까. 명예에 권력에 돈까지를 그들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불공평 심리에서 나온 섭섭함일까. 나는 왜 이렇게 지지리도 못난 사람일까 하는 열등감 때문일까.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분명히 그런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측면만이라면 이처럼 허탈감이나 박탈감까지는 들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아무리 많아도 남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인데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넘겨버릴 수 없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 같은 배신감이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입만 벌리면 국가만족을 논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던 그들이 아닌가. 신문이나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경제정의와 사회기강을 부르짖는 바로 그들이다. 국회의원 장차관 판사 검사 외교관 고급공무원. 현직에 있는 사람만해도 이 정도이니 전직까지 조사해보면 실로 요지경일 것이다. ◆내라는 세금 한푼 깎지 못하고 꼬박꼬박 다 내고 살아온 서민들은 속아도 너무 속았다는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분통이 터져 흥분을 하다가도 나중에는 허탈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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