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사법부 6필지·헌재 4필지 보유/“상속·변호수임료” 해명불구 의혹 불러사법부 고위간부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중 일부가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고위 법관들과 헌재 재판관들의 토지·건물 등 부동산 평균보유 규모는 정치인들의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법부와 헌재 간부들의 평균재산이 행정부처나 군보다는 의외로 많은데다 소유부동산도 적지 않아 『법관들이 웬 땅이 그렇게 많으냐』는 곱잖은 눈총을 받고 있다.
공개대상 1백명(퇴직법관 제외)의 평균재산이 12억원인 사법부는 평균 2채(6억5천만원)씩의 아파트·단독주택·상가 등 건물과 함께 임야·전답 등 부동산 6필지 4만2천㎡(4억3천만원)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 재판관의 경우는 9명의 재판관 1인당 건물 2·3채(10억2천만원),부동산 4필지 4만4천㎡(5억9천만원)씩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법관들은 대체로 본인 또는 부인의 상속재산임을 내세워 재산형성 과정을 해명하고 있다. 또 변호사 출신의 일부 법관과 헌재 재판관들은 『변호사시절 샀다』는 점을 강조,거리낄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 공개대상 법관중 1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개발열풍이 불었던 서울 강남과 경기 용인·화성·안성군 일대 등 부동산을 사들인 점이다. 상속재산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대개가 상속재산을 팔아 이들 지역에 땅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시류」에 뒤지지 않기 위해 재산관리를 해온 것으로 봐줄만한 인사들도 있지만,일부의 경우 투기열풍에 앞장 선듯한 흔적도 보인다.
7일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의하면 대표적인 개발유망 지역이었던 경기 용인군 일대의 땅을 갖고 있는 고위법관은 이미 알려진 김덕주 대법원장외에도 많다.
조용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용인지역에 투기바람이 일기 시작하던 74년과 75년 용인읍 일대 논과 밭 3천평을 매입했다. 이곳의 땅값은 매입당시 평당 5천만원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20만∼30만원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문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84년 친척명의로 용인군 기흥읍 고림리 일대 1천여평을 샀고,이덕수 법원 공무원교육원장은 87년 모현면 왕산리에 1백여평의 대지를 매입했다.
임야·전답 등을 제외한 「부동산 부자」로는 조윤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두드러진다.
조진만 전 대법원장의 3남이자 조언변호사의 동생인 조 부장판사는 서울시내와 경기 고양·가평 등지에 아파트·단독주택·오피스텔·상가 등 건물 15채를 단독 또는 공동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판사는 특히 고양시 관사동 655의 일대 잡종지 1백60평을 80년 6월 3인 공동명의로 매입,92년 「고원빌라」라는 21평짜리 12가구의 다세대주택을 지어 자신과 아들 및 친구 한모씨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조 판사는 『이 다세대주택의 본인지분은 변호사시절(79∼81년) 학교동창인 고원건설 사장 서모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신탁관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헌무 수원지법원장,이철환 인천지법원장,박영식 광주지법원장,이덕수 법원 공무원교육원장 등도 5∼6채씩의 건물을 갖고 있는 경우. 이중 박영식원장은 부인이 영진약품 사주의 딸로 87년 장모의 상속재산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밝혔으나,부인명의로 경기 오산의 과수원,평택 양평의 논밭,서귀포의 대지와 주택,서울 양재동의 빌라 등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다.
한편 박만호대법관은 부인과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양재동의 나대지 1백여평을 신모씨에게 임대해주고 있는데,신씨는 이곳에 불법 가건물을 지어 알루미늄새시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9명중 한병채 김문희 최광율재판관 등 변호사 개업을 했던 재판관들이 모두 땅부자다.
헌재 재판관중 가장 많은 36억원의 재산을 공개한 한병채재판관은 69∼88년까지 20년간 변호사생활을 했고 8대부터 11대까지 국회의원도 지냈다.
한 재판관은 최근 일산 신도시 개발로 땅값이 급등한 경기 고양군 도내리와 용두리 일대의 땅 1만1천여평을 73년말 부인명의로 매입했다.
한 재판관은 또 86년 충남 보령군 궁포리와 경기 용인군 사암리의 임야 및 대지 1만4천여평을 각각 장남과 차남명의로 구입했다.
이밖에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의 금싸라기땅 90여평을 85년 12월 구입,이곳에 연건평 3백평의 사무실 빌딩을 지었다.
81년부터 88년까지 변호사 개업을 했던 김문희재판관은 84년부터 87년 사이에 제주도와 과천,분당 신도시 주변,화성군 일대 등에 7천여평의 땅을 매입했는데 이 땅들은 신고가액으로도 7억원에 이른다.
김 재판관은 또 남제주군 표선면의 임야 3천여평과 경기 화성군 수기리 임야 7백여평을 84년 2월과 3월에 각각 매입했다.
69년부터 91년까지 23년간 변호사생활을 한 최광율재판관은 본가와 처가쪽에서 상속받은 부동산외에도 분당 신도시 주변과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부동산을 70년대에 매입해두었다.
최 재판관은 또 충남 태안군 연포해수욕장 인근의 토지와 경기 남양주군 화도읍 묵현리의 땅 1만여평을 70년대초에 매입,부인과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66∼88년까지 23년간 변호사생활을 한 조규광 헌재 소장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2채외에는 소유부동산이 없다고 등록했으나 장남과 차남의 재산은 등록을 거부했다.
81∼91년까지 11년간 변호사생활을 한 김진우재판관도 서울 서초동과 양재동에 각각 대지 1백여평을 80년대 중반 매입,이중 양재동 땅에는 빌딩을 지었다.
법관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상속재산이나 모은 돈을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 다른 곳에 투자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변호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양심과 도덕성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고위인사들마저 시류를 따른듯한데 대해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여론의 분위기다.<장현규·이진동·박정철기자>장현규·이진동·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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