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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명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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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명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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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사회」의 축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거의 다 마무리된 것 같다. 코페르니쿠스적인 경제개혁인 금융실명제가 지난 8월12일 전격 단행된 뒤를 이어 이번에는 법에 규정된대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이 완료됐다. 이 가운데 1급 이상 공직자들의 등록재산은 공개됐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동안에 걸쳐 재산등록의 허위여부를 가린다.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은 과거의 유명무실했던 공직자 재산등록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실사가 전제가 된 이번 재산등록은 비교적 성실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예측했던대로 부의 축적이 거의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이뤄진 것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번 행정부,검찰,군,경찰 등의 고위직과 국회의원 재산공개에서도 역시 땅이 부의 원천임이 드러났듯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사법부·헌법재판소·외무부 고위직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땅부자들이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은 것은 아니었다. 투기인지 투자인지는 몰라도 그럼 이들만이 땅에서 「황금의 속성수」를 찾았는가. 그렇지는 않다.

고위공직자,기업인,법조인,검찰,군인,경찰,종교인,교육자,언론인,의사 등 직종과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할수만 있다』면 투기꾼으로 전락했다. 누가 누구를 지탄하기 어려운 「시류」였다. 결과는 무엇을 남겼는가. 땀의 철학이 상실됐다. 경제경쟁력은 벼랑에 섰다. 부정부패가 만연됐다. 천민자본주의가 충실하고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부정부패의 척결을 국정 3대 목표의 하나로 천명했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김 대통령의 국정은 지금까지 사정에 제1의 역점을 둬왔다. 부정부패에 절어있는 사회를 환골탈태하는 정풍의 대역사다. 금융실명제만해도 엄청난 충격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깨끗하고 능률적이며 경쟁력있는 사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거쳐야하는 역사의 필수과정이다.

금융실명제가 겨냥하고 있는 「검은 큰돈」들은 정부의 동태를 지켜보면서 아직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실명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이 끝나는 오는 10월12일이후 이 「검은 돈」들의 향방에 따라 실명제의 정착여부가 크게 좌우된다. 땅 등 부동산투기,해외도피,퇴장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는데 특히 부동산투기가 우려된다. 그린벨트(개발제한지역) 규제완화 등 각종 규제가 풀어지고 있는 현재 일단 불이 당겨지면 진화가 쉽지 않다. 따라서 땅투기 예방을 강화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서도 땅 등 부동산에 대해서도 실명제가 도입돼야겠다. 부동산 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는 달리 경제의 파급영향이 거의 없다. 부동산 명의신탁제를 폐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명의신탁제는 법원 판례로 확립된 제도로 일제의 유산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알려지고 있다. 1918년 일제는 우리나라의 토지소유권을 확정해주면서 종중명의로 등기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종중 땅을 종손이나 종중 대표명의로 등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일제 고등법원은 판례로 이런 경우 명의는 수탁자의 이름으로 돼있다해도 소유권은 신탁자에게 있다고 명의신탁을 인정해줬던 것.

이 명의신탁제가 60년대 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다시 살아나 토지투기자들에 의해 악용돼왔다. 토지매입자가 남의 명의를 빌려 등기하고 명의대여자와는 별도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이면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얼굴없는 땅주인」으로서 권리만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명의신탁이 탈세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법률적 장치는 마련해놨다. 90년에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은 ▲조세포탈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소유권 등 권리변동을 규제하는 각종 법령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 등에는 명의신탁을 금지한다고 못박고 금지된 명의신탁을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소생시킨 제도이니 만큼 없애는데도 대법원 판례가 책임을 져줘야 한다고 결자해지를 주장했다. 금융자산과의 형평을 위해서도 땅에도 실명시대가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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