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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아르메분쟁/국제전 비화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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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아르메분쟁/국제전 비화조짐

입력
199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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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이란 “회교통지국 보호명분” 개입/실제론 회교권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사태에 터키와 이란이 본격 개입하면서 국제분쟁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이미 국경너머 아제르바이잔 남부지역에 군대를 파견,양국 접경지대의 주요 시설들을 통제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공세로 발생한 20만명의 아제르바이잔 난민보호와 아제르바이잔을 경유,자국으로 유입되는 아락스강 상류 댐 보호가 이란이 말하는 개입이유다.

이란이 군사개입을 하자 터키도 즉각 실력행사에 나섰다. 터키는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2개 공수대대 등 5만의 병력을 아르메니아 접경지역으로 이동시킨뒤 국경지대를 정찰비행중이다. 터키는 이에 그치지 않고 5일밤에는 아르메니아 영토에 포격까지 감행했다.

터키와 이란 양국이 내세우는 논리는 둘다 「회교동지국인 아제르바이잔 보호」다. 89년 아르메니아 분리세력들이 아제르바이잔내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에서 독립투쟁을 시작하면서 촉발된 아르메­아제르 사태는 최근 아르메니아가 이란접경 고라디즈 등 아제르바이잔의 요충지를 연속 장악하면서 전세가 급속히 아르메니아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틈입의 시기만 엿보던 터키와 이란은 회교국 보호의 명분이 무르익었다고 보고 군사개입을 하게 됐다.

이란과 터키의 개입은 지역분쟁의 국제분쟁화라는 도식에 그치지 않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냉전구조가 무너진뒤 이슬람권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벌이고 있는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 터키와 이란은 구 소련이 붕괴된후 소련연방에 속했던 인근 중앙아시아국가들을 거점으로 세력확대를 꾀해왔다.

터키는 냉전시대 내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으로 구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그러나 소련연방이 해체된뒤 터키는 모스크바와 적대관계를 청산했을뿐 아니라 군사협력까지 강화하는 사이가 됐다. 지난 5월에는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장갑차와 헬기 등 군사장비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기까지 했다.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다른 한편으로 터키는 구 소련의 회교권국가들과 부단한 경제협력 회담을 가지면서 우즈베크·투르크멘·카자흐 등에 10억달러의 유·무상 원조를 제공했다. 또 러시아 등 구 소련 6개 공화국과 터키 그리스 등이 포함된 11개 회원국의 흑해경제협력기구(BECS)와 회교권 협의기구인 OIC를 이끌고 있다.

회교권의 맏형임을 자임하며 지역패권을 추구하는 터키의 가장 강력한 「내부 라이벌」은 이란이다. 이란은 회교국가이면서도 서방에 경도된 노선을 걷는 터키를 회교세속주의로 몰아붙이면서 회교원리주의를 외치고 있다. 이란은 또 터키에 빼앗긴 패권경쟁의 선수를 만회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회교국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차관제공을 약속하는 한편 지역분쟁 중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아시아뿐 아니다.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서도 터키와 이란은 한 목소리로 회교도 보호를 외치고 있다. 터키가 보스니아 회교도들에 대한 무기금수 해제와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 등 가장 극단적인 해결책을 주장하면 이란은 그에 화답하는 식이다.

아제르­아르메사태에 대한 터키와 이란의 동상이몽식 개입은 한편으론 아제르바이잔이 보여주는 최근의 태도변화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아불파즈 엘치베이 민선 대통령을 무력 축출한 가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엘치베이의 현 터키­이란 노선을 비난하며 최근 러시아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따라서 알리예프가 터키와 이란의 손길을 뿌리치고 러시아에 구원을 요청할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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