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성이 내년부터 각 직장들의 「자녀교육 특강」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신문보도(한국일보 9월6일자 4면)는 우리도 연구해볼만한 과제다. 선진국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인 일본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직장에 전력을 쏟느라고 자녀들의 가정교육에 무관심할 수 밖에 없었는데,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각 기업이 사원들에게 자녀교육 특강을 실시하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작년에 「생활대국」을 국정지표로 내세웠던 일본은 학교의 주 5일 수업제를 시행하면서 학생들이 주말에 부모와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건전한 인성과 창의력을 키워 나가기를 기대하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 5일만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주말을 가족끼리 지내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주어진다해도 부모와 자녀가 그 시간을 유익하게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 총무청의 조사에 의하면 아버지들이 집에서 쉬면서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1시간 정도가 22%로 가장 많았고,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람도 16%나 됐다. 오랜 세월 「일벌레」로 살아오면서 자녀교육을 아내에게 일임해온 아버지들은 막상 자녀들과 마주 앉아도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야 할지 서툴렀고,자연히 부모와 자녀들은 따로 따로 주말을 보내게 됐다.
일본 문부성은 이런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 각 기업과 관공서 등이 자녀교육특강을 마련하도록 권장하고,경비의 절반을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특강안은 시교육위원회 등이 준비하여 희망하는 기업에 제공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역시 일벌레가 되지 않고는 직장을 유지하기 힘들고,자녀교육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겨놓은 상태다. 대학입시의 중압감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어머니도 가정교육에 신경쓸 여유가 없고,학생들은 입시교육에만 매달려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우리도 이런 현실에 대해서 심각하게 자성하고,개선책을 세워야 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위원회는 국민학교 저학년의 시험을 없애고,생활·예절교육에 치중하겠다고 발표하며 크게 환영받았는데,실제로 생활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나가려면 학부모들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협력을 구할뿐 아니라 학부모들을 위해서 교육프로그램도 짜야 한다.
오늘 자녀들을 국민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중에는 그 자신도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주입식 입시교육에 시달리느라고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생활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었던 세대다. 그러므로 국민학교에서 생활·예절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학부모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업·학부모가 힘을 합하여 2세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일본의 노력을 우리도 참고로 해야 한다. 경제발전,2세교육,사회교육을 따로 따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일벌레 아버지들도 이제 자녀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주는 법 등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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