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화적 자긍심은 서방세계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1년전 문화장관인 자크 랑여사는 『저속한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해서 논란거리가 된 일도 있었다.법률로 뒷받침되는 「프랑스말 순화운동」은 문화적 자긍심을 지키려는 프랑스의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소비상품은 상표나 설명서를 프랑스말로 써야하고,광고도 프랑스말로 해야 된다는 법은 75년에 만든 것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지난 85년 「프랑스말 고등평의회」라는 공식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세계가 문화상품의 거대한 단일시장화해 가는 오늘날 문화적 자긍심을 지키려는 프랑스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우리는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6·25 참전국으로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혈맹의 우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나라의 실질적 교류·협력관계는 일반시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밀접한 것은 아니었다.
오는 14일 미테랑 대통령의 서울방문은 따라서 한국과 프랑스의 실질적인 교류·협력관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특히 프랑스의 문화적 자긍심을 지목하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는 병인양요(고종임금 3년·1866년)때 약탈해간 우리의 귀중한 전적을 갖고 있다. 75년 파리의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씨의 노력으로 창고에 있던 전적의 일부를 찾아낸 것이었다. 사서직을 박탈당하면서 그가 밝힌 목록에 의하면 2백97권이다.
문화재가 「원산국」으로 되돌려져야 한다는 것은 오랜 국제적 쟁점이었다. 특히 전후 유엔을 중심으로 해서 「문화재의 원산국 반환」은 국제적인 합의사항으로 공인됐다.
약탈됐거나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운동은 파리에 본부가 있는 유네스코가 주동이 돼 벌였다. 전시문화재 보호(54년),문화재 불법반출입 규제에 관한 조약과 선언(70년),「문화재 원산국 반환 및 불법반출 문화재의 보상촉진 정부간 협의회」 구성(79년) 등이 그 주요성과다.
83년에는 유엔총회도 문화재 반환을 촉구하는 결의를 했다.
프랑스가 문화적 자긍심을 지키겠다고 생각한다면 어느모로 보나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우리의 전적을 조건없이 반환해야 할 것이다. 반출경위가 분명치 않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도 반환하는 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합의에 부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고대 오리엔트를 비롯한 세계 주요 문화재들이 서유럽에 소장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외규장각 전적처럼 노골적인 약탈행위로 가져간 예는 흔치 않다.
우리는 미테랑 대통령의 서울방문이 약탈문화재의 반환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우호·협력관계 발전에 새로운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