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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추스르기” 돈 너무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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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추스르기” 돈 너무 푼다

입력
199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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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만 4조5천억 방출계획/실물투기·과소비 조장등 우려감/한은선 소비성 이유 가계대출 억제 “응급”정부의 돈주머니가 풀렸다. 실명제 실시후 8월말까지 벌써 3조원이 풀렸고 이달에도 4조5천억원 정도가 더 풀릴 전망이다. 실명제가 안착될 때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화공급 확대는 실명제 실시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기업이 쓰러지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잉통화공급으로 시장물가가 벌써 들썩이는 등 물가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실명제 대책 못지 않게 통화관리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일 통화동향을 발표,시중에 풀린 돈의 총량인 총통화가 8월중에 말잔기준으로 3조1천5백10억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중 실명제 시행직후인 13일부터 말일까지 늘어난 규모는 3조2백억원에 달했다.

평잔기준 총통화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3%(1조6천4백2억원)가 늘어 1백3조6천2백98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총통화 증가율은 90년 10월이래 최고치다.

한은은 실명제 실시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지준관리를 완화하고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등의 부도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지원자금을 대주어 총통화가 이같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또 냉해를 입은 농가에 대한 농사자금 지원 등 재정을 앞당겨 지원한 것도 통화증발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실명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9월에도 통화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4조5천억원 정도(말잔기준)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실명제후 9월말까지 한달 보름 남짓에 풀리는 돈이 7조5천억원대에 달하게 된다.

이는 올들어 실명제전까지 풀린 총통화 7조6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총통화 증가 규모가 클뿐더러 그 질이 고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우리 경제는 3∼4%대의 저성장을 하고 있는데 총통화 증가율은 20%에 달해 그만큼 과잉통화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과잉통화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명제 실시로 소득노출과 종합과세를 피해 실물투기와 과소비가 일어나고 덩달아 물가마저 꿈틀거린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는지는 명약관화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명제로 돈이 과다하게 풀려 물가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풀린 돈들이 예전과 달리 잘 들지 않고 있어 당장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과잉통화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므로 자금의 회전속도가 정상화될 때는 한은이 대대적인 통화환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9월중에 대기업 대출과 가계자금 카드대출 등 소비성 대출은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달중에 일반가계가 은행대출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또 정부의 재정자금 방출이 더 이상 확대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렇게 민간여건과 재정을 억제해도 9월중에 말잔기준으로 추석자금은 예년과 비슷한 3조원 내외,실명제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자금 등으로 1조5천억원 등 모두 4조5천억원 정도가 터져나간다고 밝혔다. 추석자금이 월말에 몰려있어 평잔기준으로는 2조원 정도만 공급,총통화증가율을 20%내에서 억제할 방침이다.

실명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통화관리는 정부와 대기업 일반가계가 고통을 분담해야만 정상화될 수 있다는게 한은 입장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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