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자」 국방장관 의사 무시/김종휘씨 “특정 기종 건의말라”2일 국방위의 감사원 문서검증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차세대 전투기사업(KFP) 기종변경 의혹과 관련,감사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보낸 1,2차 질의서의 내용이었다.
논란끝에 비공개를 조건으로 의원들이 「열람」한 질의서는 감사원이 기종변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목했고 김 전 수석의 「역할」이 노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거의 확신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감사원의 질의서 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해명서를 통해 재검토 지시의 배경이라고 밝힌 「국방부의 건의」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결정권자인 국방부장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F16으로 결정됐음이 확연해진다.
또한 2차 질의서가 1차 질의서의 4쪽에 7개항(세부질의 포함 11개항)의 질문을 글자 한자 안바꾸고 똑같이 담고 있어 감사원이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이미 1일의 보고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답변시한(4일)을 넘기면 7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KFP 감사결과 전모를 발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답변가능성이 전무한 현재 질의서내용은 사실상 KFP 감사결과 전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감사원측은 질의서 작성배경과 관련,의원들에게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밝힌바 있어 질의서는 이미 감사결과를 내부적으로 정리한뒤 노 전 대통령에게 확인하는 절차였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조각조각 전한 내용을 종합해 재구성한 질의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KFP 기종 재검토 과정에서 김 전 수석이 국방부에 F16으로의 기종변경을 권유했고 대통령에게도 F16 제작사인 미 GD사의 자료위주로 보고했다는게 사실인가.
▲김 전 수석은 89년 12월20일 F18로의 결정 전날인 12월19일 이상훈 당시 국방장관을 찾아가 『국방부에서 특정기종을 결정해 대통령께 건의하지말라』고 요청하는 등 정상적인 무기체계 결정 절차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이를 알고 있었는가.
▲90년 10월26일 KFP 전면 재검토 방침결정시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기종변경은 선택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이 F18 가격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소요량 축소 획득기간 연장에 의한 예산확보 기술이전 기준완화 등의 검토대안을 제시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기종변경 방안도 검토하도록 지시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91년 3월21일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획득심의회 등 기종결정의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F16 기술도입 생산방안을 보고했다. 이는 사전내락의 결과가 아닌가.
▲91년 3월28일 F16 결정을 발표하면서 재원 적정소요 성능보완대책 등을 선택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①가용재원 판단의 근거가 모호하다. 부족재원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국방예산,특히 공군 예산만을 기초로 재원확보 가능성을 검토한 것이 이상하다. F18 결정시에도 부족재원 8천3백억원을 우선순위가 낮은 다른 율곡사업 분야 예산을 조정해 확보하기로 한 예가 있었다.
재검토시 이같은 방침은 고려하지 않고 공군의 가용재원 위주로 재원확보방안을 검토함으로써 재원부족을 부각,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F16 선택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 아닌가.
②1백20대가 꼭 필요하다는 근거는 북한과의 비교,즉 「전술기전력지수」인데 그 산정도 이상하다. 1940년에 개발돼 전투기로서의 성능을 상실한 북한의 MIG15,17을 계산해 포함시킨 반면 우리의 전술 정찰기 RF14C를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획득규모를 축소해 F18을 선택하는 방안이 사실상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③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과 내장형 전자교란장치(ASPJ) 등을 부착,F18에는 있고 F16에는 없는 기능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SPJ는 미국에서 개발에 실패,사실상 장착이 불가능해졌다. 최종 기종변경 결정을 전후해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바 있는가.
▲이상훈 전 국방장관과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은 F18을 고집하다 해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인가. 아니라면 구체적인 경질이유는 무엇인가.<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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