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비서실장 보내 축하인사/정치적 대화없이 20여분간 담소김영삼대통령은 2일 이날 진갑을 맞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박관용 비서실장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하고 난화분을 선물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상오 10시 연희동 자택을 방문한 박 실장을 맞아 20여분간 얘기를 나누었으나 두 사람 사이에 정치적 대화는 전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요즘의 상황 때문에 자칫 불필요한 억측을 자아낼지도 모를 민감한 정치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전 경호원 숙소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축한 슬래브 가건물 2층의 응접실에서 박 실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정해창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내내 함께 했고 처음 축하인사를 전하고 답례하는 6분여동안은 박 실장을 수행한 박영환 공보비서관도 자리를 지켰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실장으로부터 김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해 듣고 『바쁘실텐데 실장까지 보내주시다니 고맙습니다』라며 김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꼭 전해달라고 답례했다.
박 실장이 『요즘도 등산을 다니시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1주일에 1번씩 다닌다』면서 『새로운 일을 해나가자면 정신없이 바쁠텐데 건강에 조심하셔야 할 것』이라고 김 대통령과 박 실장에게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새 정부가 여러가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5년동안 대통령을 지낸 경험에 비추어 청와대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김 대통령이 많은 수고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아주 잘 하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내 자신이 힘이 되고 도와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이 여러가지 훌륭한 일을 성공적으로 이룩하시도록 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실장은 박 공보비서관이 응접실을 나온후에 다시 10여분동안 정 전 비서실장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정치적 얘기는 없었다고 박 실장이 전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역사는 단절되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며 『나쁜 역사든 좋은 역사든 역사는 역사로서의 의미가 있는 법』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가 무조건 부정돼서는 안된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때도 몇차례 강조한 것이지만 이날 언급은 최근의 심경의 일단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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