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사생활 문제로 죄상책망은 부당”/검찰/“법에도 명시… 아무런 문제없어”피고인의 사생활을 법정에서 거론,죄상을 책망하는 증거절차는 온당한 것인가.
14일로 예정된 국민당 박철언의원(52)의 알선수재사건 5차 공판을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탄핵증거에 대한 법률 공방이 뜨겁다.
박 의원이 슬롯머신업자 정덕일씨(44)로부터 6억원을 받았는지를 두고 벌여온 양측의 설전이 급기야 장외 법률논쟁으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탄핵증거란 공판준비 또는 재판기일에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증거로,증거로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재판장의 판단에 일임하는 독일 등 대륙 법계통보다는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영미 법계통에서 채택하고 있다.
가령 교통사고현장을 목격한 증인 A가 법정에서 당시 신호등이 빨강색이었다고 진술하고도 법정 밖에서 B에게 사실은 푸른색이었다고 말했을 경우 B의 진술을 통해 증인 A의 진술을 탄핵,신빙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탄핵증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검찰이 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설 하얏트호텔 전 사장 이희춘씨(66)의 입을 빌려 박 의원의 사생활을 부각시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해 탄핵증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18조의 2를 근거로 박 의원의 도덕성을 탄핵하기 위해 사생활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장관까지 지내고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내가 슬롯머신업자와의 첫 대면에서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박 의원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형사소송법 절차를 활용해 『첫 대면에 돈을 받을만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간접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측은 『검찰의 논리는 영미 법계에서 인권옹호 필요성에 따라 발달한 탄핵증거제도의 원래 취지를 곡해한 것으로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거론,피고인을 옭아매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피고인을 탄핵할 수 있느냐에 대해 학자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한데 수송실무상 주로 증인의 모순성 진술을 탄핵하는데 사용돼온 이 제도를 검찰이 광의로 해석해 활용함으로써 사생활 보호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 변호인측의 주장이다.
특히 변호인측은 설령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탄핵이 인정되더라도 탄핵증거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엄격하게 증거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재판부에 서류로 제출해도 되는 사안을 법정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증거가치의 판단은 정적으로 재판장에 달려있는 만큼 5차 공판에서 서울형사지법 9단독 김희태판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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