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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 많지 않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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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 많지 않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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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시·도교육감 15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 교육감들의 의견을 듣고 2세교육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을 피력했다고 한다.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육개혁위원회가 곧 발족되는대로 신교육의 골격과 교육개혁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던 굳은 신념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교육개혁 의지」가 실종된게 아닌가해서 불안해 했던 교육계와 교육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낭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날 여러말씀중에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대학이 「너무 많아」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의를 알 수 없어 공감키가 어렵다.

교육선진인 미국·일본·유럽의 주요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국립대학수나,학생수용률은 결코 많지 않다. 우리의 4년제 국립대학은 일반대학 24개,교육대 11개 등 35개이고,비정규대학인 방송통신대를 합쳐도 36개다. 사립대학은 1백3개다. 4년제 사립 각종 학교 20개는 제외한 것이다. 결국 국립대학은 수적으로는 25.37%,학생 수용능력면에서는 25.6%를 차지할 뿐이다. 사립대학이 수적(74.63%)으로나 수용률(74.4%)면에서나 압도적이다.

명문 사립대학들이 하도 많아 주립대학이 주눅이 들 정도이고,그래서 사립대가 유독 많은 것처럼 오해되는게 미국이지만 그래봤자 미국의 사립대학 비율은 우리보다 훨씬 뒤진다. 3천2백26개나 되는 대학중 사립은 1천7백33개로 53.72%이다. 연방정부가 직접하는 대학이 없어 우리의 국립에 해당하는 50개주의 주립대학이 1천4백93개로 46.28%나 된다. 우리보다 무려 20% 이상 많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사립대가 거의 없고 국·공립대가 절대다수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은 설립근원을 따져보면 사립이지만 운영비의 절반정도를 중앙정부가 지원해 오래전부터 준국립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국·사립 비율은 우리보다 약간 높다. 4년제 대학 5백14개중,국·공립이 1백36개로 26.45%,사립이 3백78개로 73.55%다. 이들 교육 선진국은 교육기관의 설립 주체가 국가든 개인이든 수혜자는 국민이고,교육은 국민복지의 제1차적 실현이라는 국가 이상에 따라 사립대학 운영비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일본은 사립대학 운영비의 평균 22.4%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미국의 주정부들은 사립대학 운영비의 18.4%를 지원한다. 우리 정부의 올해 사립대학 지원금은 5백억원 뿐이다. 사학들의 재정규모 2조4천3백15억원의 1.7%다. 새발의 피와 같다.

어찌됐건 국정의 수많은 주요하고도 긴박한 현안들에 노심초사해야 하는 대통령이,더구나 교육전문가도 아닌 김 대통령이 국·사립 대학의 많고 적음을 정확하게 아느냐 모르느냐는 것은 그렇게 중대한 문제랄 수는 없다.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국립대학들의 필요이상으로 많은 사무직 요원들로 인한 인건비 낭비와 국립대학들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영과 무사안일의 무경쟁 풍토에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서 「너무 많다」는게 그날 대통령 말씀의 진의라면 수긍할만하다.

그런 뜻이 아닌 「정부 부담」 측면에 참뜻이 담긴 것이라면 정말 문제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대통령으로 하여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나 「국립대를 사립화」하겠다는 당의 한 책임자의 잘못된 현실인식이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결코 보통일이랄 수 없다.

새정부가 곧 추진하게 될 교육개혁 계획에 이런유의 인식이나 시각이 투영된다면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 교육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실효성있는 「신교육 청사진」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는지를 그래서 걱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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