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제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단자사에 연속적으로 터지는지 모르겠어요』동아투자금융과 항도투자금융에서 가명예금의 불법 실명전환 사건이 잇달아 터진데 이어 대구투금도 같은 혐의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를 받게 되자 단자사의 한 직원은 이같이 한탄을 했다. 실명제 실시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개혁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는데 유독 단자업계에서만 이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데 대해 허탈감마저 느낀다는 표정이었다.
『단자사가 마치 실명제에 고의로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말했다.
단자업계 관계자들은 사실 동아투금 사건이 터졌을 때만해도 『업무처리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에서 나온 실수일뿐 고의성은 없는 것 아니냐』며 『언론이나 정부가 지나치게 사실을 과장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었다. 그런데 항도투금에서 연달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번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항도투금의 경우 실명제의 법망을 피해가려는 고의성이 짙고,동아투금의 경우와는 달리 실명소급 전환에 따른 실익이 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단자사는 그동안 음성자금의 서식처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지 못해왔지만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정착 등 국내 금융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단자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단자사가 금융발전에 끼친 공은 가려진채 고객과의 유착과 같은 나쁜 인상만 크게 부각되지 않을까 염려하는듯 했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들은 단자사들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나 우연으로 넘겨버린다면 그같은 염려가 현실로 굳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자사가 그동안 큰손고객에 대한 음성적인 서비스 등 잘못된 영업관행을 유지해온 것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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