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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시신행방등 의혹 여전/KAL기 피격 유엔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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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시신행방등 의혹 여전/KAL기 피격 유엔보고서 발간

입력
199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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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발생 10년째 러측 해명회피/“미국도 관련정보 공개해야” 주장KAL 007기 피격사건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 유엔안보리가 KAL사건의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진상조사에 개입,블랙박스를 해독하는 등 정밀조사끝에 지난 8월 3백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사고기 승객들의 시신행방 등 미스터리를 풀어주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유엔보고서가 밝힌 새로운 사실은 음성블랙박스의 내용이었다. 음성블랙박스에는 현지시간 18시26분2초에 꽝하는 소리가 녹음된후 조정석에서 『무슨 일이야』하는 기장의 놀란 목소리로 시작돼 조정사와 승무원들이 주고받은 비상조치 내용이 그대로 담겨져있다. 그리고 객석에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해 급강하하오니 담배불을 끄시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하십시요』라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소동은 18시27분 46초까지 계속돼 사고기는 로켓공격을 받은 직후 공중분해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1분44초동안 공중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레이더의 사고기궤적 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사고기는 피격당시 3만5천피트 상공에서 1만피트까지 고도를 낮추었다. 고도 1만피트에서 추락했다 하더라도 대형점보기가 먼지처럼 분해되지는 않았을 터이고 그렇다면 의자에 안전벨트를 맨채 사망했을 승객의 유해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83년 11월 당시 안드로포프 KGB 의장은 사고기의 동체와 조종실을 찾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동체를 찾았다면 2백69명의 탑승자는 비록 완전한 형체는 아니더라도 흔적은 남아있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소련과 러시아는 이 의문에 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있다.

지난 10년간 영국의 로이드보험회사와 보상문제를 놓고 싸워온 찰스 허만변호사(시애틀 거주)는 『소련은 사고순간부터 거짓말을 하기 시작해 이 거짓말이 얽히고 설켜 도무지 풀어내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련은 사고직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었다가 미군스파이기 격추로 말을 바꿨고 소련이 붕괴할때까지 구조작업 블랙박스 회수 등 사후조치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KAL기의 격추명령을 내린 소련군부는 헬기를 실은 해군함정 40척을 사고해역으로 급파했다.

민간 잠수부가 블랙박스를 회수하려 현장에 도착했을대는 이미 해군측이 1개월 이상의 구조작업을 한 후였다.

소련 해군은 당시 007기를 커다란 갈쿠리에 걸어 모기지로 끌고갔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소련이나 러시아는 단편적인 사고기의 파편 몇조각을 공개했을뿐 승객유해나 조종석 승객의 소지품·동체 등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않고 있다.

유족회 회장인 한스 에프라임(뉴욕거주)은 이달말 러시아의 KAL기 조사위원회가 다시 열린다며 옐친 대통령이 좀더 과감히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고기가 소련 영공으로 침범하게 된 동기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리지 않고있다. 「KAL기 사고기의 기술적 분석」이라는 개인보고서를 쓴 제임스 골린시는 유엔보고서를 정치보고서로 규정짓고 미국측도 왜 사고기가 의도적으로 소련 영공을 침입하게 되었는지를 밝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처럼 2백45도의 방향으로 곧장 비행해 소련 영공을 무의식적으로 침입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사고기가 위험을 알면서도 소련영공을 침입해야만했던 비밀에 대해 울시 현 CIA 국장이 비밀문서 창고를 열어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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