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명의 집단유급,94학년도 신입생 모집동결,졸업생 배출 및 인턴 충원 중단.파국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7월말 경희대를 시작으로 8개 한의대생들이 2차 수업거부를 시작했을 때 이같은 사태는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허용한 1학기 법정수업일수 14주를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시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1백여일간에 걸친 1차 수업거부 사태는 우여곡절끝에 지난 7월초 보사부가 약사법 개정추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의대생들은 「수업거부 철회」가 아니라 「유급유보」라는 표현을 택했다. 보사부가 만든 위원회에는 그리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과연 학생들의 예상대로 약사와 한의사들은 자기네들의 입장만을 고집할뿐 아무 결론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 재거부,이로인한 집단유급은 학생들에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공연히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한약 분쟁을 야기한 보사부는 여론에 밀려 위원회만 가동했을뿐 한의대생들의 수업거부에는 미온적이었다. 보사부는 올 정기국회 때까지만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도 학생들의 유급문제는 대학의 고유권한일뿐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17일 각 대학에 최후 통첩을 보낼 때도 교육부는 「학칙을 엄정하게 적용하라」며 대학이 앞장서 줄 것을 요구했다. 오래전부터 대학행정이 대학의 자율에만 맡겨져 있었던 것처럼.
대학들도 학생들의 눈치만 살필뿐 속수무책이었다. 경희대 조영식총장은 지난달 27일 『유급사태에 교육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사퇴했다. 해결책은 없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총장의 사퇴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들은 「유급감수」를 택했다. 군입대 등 불이익을 두려워해 2학기 등록과 수강신청을 최대한 늦춘뒤 집단휴학계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한다.
파국의 벼랑에 선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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