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93년 세제개편안은 세수확대와 실명제의 조기정착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세제는 원래 주목적이 세원확대에 있으므로 세수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경제 주체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고 경제질서와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추진돼야 한다. 때문에 세제개편은 언제나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이며 쟁점이 되는 것이다.93년 세제개편도 지난해나 마찬가지로 세수확대를 위해 각종 조세감면과 공제를 대폭 축소했고 또한 세재를 크게 보완했다. 창업 중소기업,농공단지 입주업체,사업전환 중소기업 등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 감면이 축소됐으며 수출산업·광업·축산업·임업·의료업 등 특정산업의 지원도 감축됐다.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의 비과세·감면 등도 크게 줄었다.
한편 지금까지 세금탈루의 구멍역할을 해왔던 사전 상속이나 변칙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또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각각 현행 1백%,10%에서 1백50%,20%로 대폭 올리고 세금명칭도 「교통세」로 바꿔 10년간의 한시적 목적세로 운영키로 했다. 지방재정의 위축 등 부작용은 있으나 필요가 낳은 발상이라 하겠다.
재무부의 이러한 세수증대 세제개편에 중소기업,수출산업 등 관련산업으로부터 저항이 있을 것이나 경제전체에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실명제의 조기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단안을 내렸다는 세부담 경감조치가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 힘겹게 밀고 나가고 있는 금융실명제의 성공여부는 「검은 돈」의 호응여하에 달려있다. 우선 「검은 돈」들이 실명화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신시켜줄 필요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검은 돈」뿐만 아니라 일반사업자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득세,법인세 등의 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명제 실시에 따라 과표가 높아지기 때문에 세율을 낮춰준다해도 세수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무부의 이번 소득세,법인세 인하폭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미하다. 소득세는 최하위세율 5%는 그대로 남겨둔채 4백만원 이상의 세율을 2∼3% 인하하고 소득기초공제를 연 60만원에서 72만원으로 12만원,근로소득공제는 연 2백50만원∼6백만원에서 연 2백70만원∼6백20만원으로 20만원 올려준 것이 전부다. 법인세율도 2% 밖에 내리지 않았다. 상속세·증여세율은 최고세율만 각각 5% 인하했다. 공제액은 그래도 상당히 상향조정했다.
세수불안이 실명제 조기정착을 가로막는 셈이다. 실명제를 빨리 뿌리내리려면 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