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식 수업관행이 비리 불러/면접시험 점수 돈으로 뒷거래검찰이 유홍균 고려대의대 부속 안암병원장을 레지던트(전공의) 선발과정에서의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사정의 사각지대로 머물러온 의료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대학입시부정,석·박사학위 취득과정에서의 비리에 이어 인명을 다루는 의사양성 과정에서까지 검은 돈이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주어 충격을 주고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레지던트 임용과 교수승진 등을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비리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러나 의료계의 전문성과 선발과정에서 돈이 오고가는 것을 관행으로 여겨온 사회인식 때문에 수사기관은 선뜻 칼대기를 주저해왔다.
소문을 사실로 확인해준 유 원장의 경우는 의료계 비리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떠돌아 의료계 비리는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Y대 병원,P병원,E병원 등 4∼5개 유명종합병원에서도 레지던트 선발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비리가 있다는 정보에 따라 내사중』이라며 『채용과정의 금품수수가 하나의 관행으로 의료계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결과 드러난 레지던트 선발과정상의 문제점은 면접시험 점수로 당락이 좌우될 여지가 크다는 것. 병원협회의 레지던트 선발규정에 의하면 1백점 만점중 필기시험 55점,면접시험 15점,인턴근무성적 30점씩을 배정,고득점자를 선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에 응시하는 인턴들의 경우 대개 필기시험과 인턴근무성적에는 별 차이가 없어 면접시험의 전권을 쥔 주임교수나 담당과장들에 의해 선발여부가 결정돼 왔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이 고려대의대부속 안암병원의 93년도 전공의 응시자 임용시험 성적 서류를 검토한 결과 문제된 이비인후과의 경우 필기시험 성적은 최저 32.5점에서 최고 37.0점으로 차이가 4.5점에 불과했다. 인턴근무성적도 최저 25.5점에서 최고 28.5점으로 그 차이는 3점에 그쳤다.
반면 면접시험 성적은 최저 5점에서 최고 15점으로 10점까지 6차이가 나 결국 가장 비중이 작은 면접점수가 선발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면접시험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지만 소속진료과목 의사들간에 도제식 전통이 강한 우리 의료계 현실에서는 사적인 요소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 비리의 소지가 크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구속된 유 원장의 경우 금품을 주고 청탁한 응시자 2명 모두에게 면접점수 만점인 15점을 주고 일부 응시생에게는 5점을 줘 필기시험과 인턴근무 성적이 좋았던 응시자가 탈락했다.
검찰 수사결과 93년도에 부정선발된 오모씨는 92년도에 면접점수 5점을 받아 낙방했으나 유 원장에게 5천5백만원을 준 93년에는 15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원장외에 다른 2명의 과장급 의사 2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지만 실제로 다른 심사위원들은 유 원장이 매긴 점수에 사인만 하는 식으로 심사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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