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여자들의 돈」이 화제다. 셋집 또는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여성이 남편의 순조로운 「출세」로 살림을 일구며 이심삽년 결혼생활을 했다면 그의 통장에는 돈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사람들은 통장액수를 기준으로 유능한 주부,보통주부,무능한 주부를 구별하기도 한다.『나는 30여년이나 직장을 갖고 맞벌이를 해왔는데 통장에 1천만원도 없어요. 부동산도 살고 있는 집뿐이구요. 두아이가 고3일때 과외를 시켰는데,직장에서 공제조합을 돈을 꿀만큼 쪼들렸어요. 오히려 직장을 갖지 않았던 전업 주부들이 더 돈이 많은 것 같은데,주부들이 통장에 몇억원씩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 부동산 투기같은 걸 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저 알뜰하게 살아온 주부들과 적극적으로 재산을 늘려온 주부들의 저축은 단위가 다르지요. 중산층 이상의 주부들중에서 이십삼년 이재에 관심을 기울여온 사람들은 보통 몇억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남편들도 액수를 알면 놀랄걸요』
『중산층 이상의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나 미국의 같은 계층과 비교가 안될 만큼 잘 살고 있는데,그들이 펑펑 쓰는 돈은 남편이 받아오는 뇌물이거나 아내의 재주로 불린 돈이지요』
『나는 남편 봉급을 쪼개어 아이들 교육시키면서 이만한 집을 마련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같은 주부는 무능한 주부인가요,아니면 보통주부는 되나요』
『아내 명의로 몇억씩 예금하고 있는 사람들은 골탕 좀 먹여도 돼요』
『나는 부자가 아니지만 그런 생각에는 반대예요. 돈많은 사람을 골탕먹이는게 실명제의 목적은 아니잖아요. 그 여자들이 부동산투기로 돈을 모았다해도 과거에 법에 따라 양도세 등을 냈고,실명으로 예금하고 있었다면,도의적으로 문제가 될지는 몰라도,정부가 겁을 줄 문제는 아니지요. 미성년자 명의이거나,가명계좌이거나,재산공개를 하는 공직자라면 몰라도,일반 국민이 실명으로 예금했던 돈을 액수가 많다고 조사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돼요. 부자들에게 돌을 던지고,국민이 박수를 치는 개혁은 위험해요』
홍재형 재무부장관과 추경석 국세청장은 지난달 31일 국민들의 이러한 불안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실명제 실시 보완대책을 발표했는데,한번 얼어붙은 「돈을 가진 국민들」의 심리가 얼마나 풀렸는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실명제 실시를 발표할 때 지나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명제 실시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의 봉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이 새로운 제도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헤아리지 못했다. 「국세청 통보」와 「자금출처조사」가 남발된 그 발표문은 돈없는 사람들까지 불안하게 했다.
실명제는 「혁명적 조치」지만,이 정부는 혁명정부가 아니다. 실명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사려깊고 노련하게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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