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경제교류」 선택 불가피”/김일성체제 투자유치 불가능/신정부 출범후 양측관계 냉각/중,한반도 2국가 현실 인정… 간섭 배격/미,아군사력 지속배치 안보정책 불변전환기의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30일 일본 게이오(경응)대에서 개막됐다. 게이오대 지역연구센터(소장 산전진웅)와 미 조지 워싱턴대의 동아시아연구센터가 「한반도전환기의 도전」이란 제목으로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의 학자와 정부 관료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최측은 북한측에도 초청장을 보냈으나 참석지 않았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의 첫날 토론은 게이오대 지역연구센터 부소장인 오코노기(소차목정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는데 우리나라의 안병준교수(연세대)가 「한국 국내 정치의 경향과 대외정책」,박수길대사(외교안보연구원)가 「한국의 현안과 전망미·일 관계를 중심으로」란 주제를 발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외국 전문가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한다.<도쿄=이창민기자>도쿄=이창민기자>
▷남북관계 전망◁
▲이즈미 하지메(이두견원) 시즈오카(정강 교수)
92년 가을이후 남북관계는 정체상태에 빠졌다. 90년 가을 남북간 고위급회담,91년 가을 남북 유엔 동시가입,12월 「남북간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교류에 관한 합의서」 조인,「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가조인 등이 실현됐다. 92년 2월 제6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서」와 「공동선언」이 정식 발효되는 등 90년 들어 남북관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으나 그후 합의사항 실행이 이뤄지지 않은채 대화도 중단상태다.
93년 2월 한국에 신정권이 들어섰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어떠한 동맹국도 민족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것은 금년 김일성의 신년사에 대한 답변인 동시에 92년 9월 제8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대표인 연형묵총리(당시)가 『남측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동맹을 중시하는가 아니면 북측과의 민족적 대단결을 중시하는가』하고 질문한데 대한 응수라고 볼 수 있다.
4월7일 강성산 북한 총리는 최고인민 회의 제9기 5차 회의의 보고를 통해 김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북한은 김영삼 정권을 「민족파」로 인정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관련한 핵개발의혹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됐다. 지난 6월부터 김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8월15일의 「광복절 경축사」에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의혹으로 긴장을 높이고 있고 남쪽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인해 생긴 남북한의 불신감은 해소되기가 어렵게 됐다. 따라서 양측이 관계개선을 하기에는 앞으로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간에 직접 대회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핵문제에 한정된 남북대화도 양자 회담보다는 미국이 참여한 3자 회담일 가능성이 높다. 핵문제와 관련,이미 2회에 걸쳐 미·북한 고위급회담이 진행된바 있어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문제도 남북한간의 문제라고 볼 수 없게 됐다.
▷북한경제 전망◁
▲고마키테루오(소목휘광) 아시아경제연구소장.
북한 경제가 80년대들어 극도의 경제침체현상을 겪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93년은 북한의 3차 7개년 계획의 완성연도지만 김일성주석의 신년사나 4월 최고인민회의 재정부장 예산보고에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에서도 북한 경제의 실패와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87년 이 계획을 시작하면서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를 강력히 수행해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를 다지는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위대한 사업』이라고 선전해왔던 북한이 발표조차 없는 것은 그 자체가 3차 7개년 계획의 완전한 실패를 웅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준극 노동신문 책임주필은 요미우리(독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년의 생산실적에 대해 전력 5백64억㎾ 철강 7백12만톤,곡물 9백10만∼1천만톤 등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목표의 50∼70% 밖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이다.
이같은 북한 경제의 침체와 어려움은 사회주의국가 특유의 중공업과 대형 토목공사 중심의 산업구조 및 취약한 산업자본,심각한 외화부족 등에 기인하고 있지만 구 소련의 붕괴도 큰 연관이 있다. 91년 구 소련붕괴후 북한은 무역의 50% 이상을 점하던 소련과의 교역이 경화 결제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소련붕괴이후 중국과의 교역량을 늘리고 중국식 「경제특구」를 만드는 등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각종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활성화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의 카리스마적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한 해외로부터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핵개발의 의혹을 불러일으킨 북한의 애매한 대외정책 자체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세계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이 과도기적인 시기에 북한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은 한국과의 경제교류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남북 경제교류가 선행돼야만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와의 경제교류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의 아시아정책◁
▲월리엄 펜들리 미 항공대 교수.
냉전시대의 논리였던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변화된 국제환경과 미국내의 「자국문제 우선」이라는 여론에 밀려 국익우선주의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의 제국가는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인 미국의지 정책보다 상호안보관계에 걸맞는 「고통분담」을 해야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미 일본은 걸프전에 금전지원을 한데 이어 캄보디아의 평화유지에 기여하는 등 국제적인 공헌을 했다. 이는 미일간의 안보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유지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미 무거운 안보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등 자체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대외무역정책과 인권문제 정치개혁 등 산적한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안보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유감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이 근본적으로 수정된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래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은 무역교류,자원의 효율적 이용,금융거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어느 한 국가의 돌출이나 독주를 허용치 않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아시아권역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며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동연합체의 결성」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7월10일 한국의 국회에서 행한 클린턴 대통령의 「아시아 우선의 안보정책」도 이같은 미국의 기본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대평양 공동체 결성을 제의하면서 지속적인 미국의 군사력배치,대량살상무기의 제한,공동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지역협의의 활성화,민주화를 위한 지원 등 대아시아 기본방침을 천명한바 있다. 이같은 전제하에서 미국과 일본의 원활한 안보관계유지,미국도 함께 참여하는 환태평양 경제공동체의 활성화,중국과의 새로운 안보체계 확립,북한체제 붕괴에 대비한 대처방안,살상무기의 효율적 통제 등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한반도정책◁
▲임창배 길림대 조선연구소 교수.
중국의 외교 중점은 주변국가와의 선린우호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주변환경을 평화롭고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은 평화공존의 5원칙에 입각,타국의 간섭을 배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도 한민족이 2개의 다른 체제하에서 상호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핵무기의 출현도 바라지 않는다. IAEA의 특별사찰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환영한다. 북한과 미국간의모순은 당사자간에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제3자의 참가나 유엔안보리 개입은 문제를 복잡하게 하며 실효성도 없다.
현재 보류하고 있는 북한의 NPT 탈퇴에 대한 문제도 제재조치를 취하는데는 반대다. 북한은 자력갱생체제이고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제적 연대성도 없기 때문에 제재조치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로서 공정한 역할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점은 핵확산금지조약의 조문자체가 탈퇴후 3개월이후에 효력을 발하도록 명기되어 있을뿐 탈퇴국가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다. 북한과 미국간의 회담진전에 따라 북한도 냉정을 되찾아 NPT에 복귀하리라고 본다.
한반도의 미군주둔 문제는 중국의 원칙적으로는 어떤 대국도 해외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찬성치 않지만 한국의 미군주둔은 역사적인 성격이 있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문제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호 국제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된다.
북한은 남북문제나 대일 외교에 앞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주변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중국의 입장으로서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을 환영하며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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